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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대우 「기아 전략적제휴」 적극추진 배경
입력1997-08-02 00:00:00
수정
1997.08.02 00:00:00
정승량 기자
◎경영정상화·「삼성 방어」 “일석이조”/최소투자로 사실상 “인수” 효과/「신체제」 성사땐 차산업 대전환/마쓰다·포드 등 최대주주 설득이 관건「막거나 먹거나」.
재계에서 보는 현대와 대우의 기아해법이다. 삼성그룹의 기아인수를 「막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차라리 기아를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해법에는 『삼성이 기아를 인수할 경우 대우는 물론 현대의 위상(국내최대 자동차메이커)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대우의 내부보고서에서 그 이유가 잘 드러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기아를 인수 합병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기아의 덩치가 워낙 커 인수하는 그룹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국민기업이란 국민정서는 자칫 정치적 쟁점으로 연말 대선에서 현정권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장기화시킬 경우 중소업체 부도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여기서 현실론으로 제기되는 것이 현대와 대우의 「포드식 경영기법」이다.
기아나 아시아의 지분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까지 우호적으로 인수하되, 기아의 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삼성인수를 막으면서, 인수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이란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기존업체들이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처럼 최대한 기아의 자체회생을 지원하되 기아자동차에 대한 제3자인수가 추진되고, 경영권이 삼성에 넘어갈 수 있는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응전략이다.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김선홍 기아그룹회장등 최고경영진들이 이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해법은 기존업체 입장에서 볼 때 돌 하나로 새 두마리(기존경영체제의 유지, 경영정상화 모색)를 잡을 수 있으며, 삼성의 기아인수를 막으면서도 적대적 인수합병이 아닌 「전략적제휴형 인수」라는 점에서 묘수로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기아의 역사, 브랜드, 차종, 경영진, 판매 등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부품협력업체의 대형화를 비롯 공동개발 및 판매, 서비스 등 치열한 국제경쟁에 대처할 수 있으며,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정부가 기아사태의 해결방안에서 추구하는 기본원칙과도 맥을 같이한다. 국민기업인 기아의 기존 체제를 와해시키지 않으면서도 회생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삼성 등 제3자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기아 및 기존업체, 국민들의 반대 등에 따른 국가경제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방안임에 틀림없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1일 전경련회장단회의에 앞서 기자와 만나 『기아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자동차업계의 공동협력이 필요하다. 자동차업계가 다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해 기아특수강 이상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체제의 실현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단 기존업체들은 『이같은 방안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방책』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란 기아를 삼성이 인수하는 것. 이것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경발위, 기아 임직원 등을 우호적 지분으로 끌어들 일 수 있다. 기아의 정서는 「삼성은 NO」다. 독자적인 경영체제를 최선으로 하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삼성에 경영권을 넘기기 보다는 현대나 대우의 전략적 제휴형 경영이 훨씬 좋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아의 지분(23.1%)을 비롯 현대·대우(전환사채 주식전환시 12%)등 「최소 35%」가 된다.
이 체제가 성사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일대전환을 맞게 된다. 선진국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21세기 생존전략인 전략적제휴로 중복투자 방지, 구조조정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특히 다른 업체·업종에서도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성사되기 위해 넘어야할 산은 많다. 현대와 대우가 이런 해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아의 덩치를 더 줄여야 한다. 최소한의 지분인수라 해도 부담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자칫 기아인수가 현대나 대우그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현재 채권단이 요구하고 있는 「보다 강도높은 자구노력」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어 채권단의 수용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최대주주인 포드와 마쓰다가 현대나 대우의 부각을 원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이를 어떻게 설득시키느냐도 현실적 과제다. 포드는 기아의 지분매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포드는 주식을 기존업체에 넘기기보다는 삼성을 더 원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포드가 GM이나 크라이슬러에 비해 열세인 아시아시장 전략에서 마케팅, 이미지 등 여러면에서 삼성과 협상을 할때 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박원배·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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