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수필] 꿀벌과 IMF

일본의 어떤 대학교수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일본의 벌집을 미국으로 가져가 미국의 벌집과 나란히 함께 놓았다. 그러자 미국의 벌들이 꿀을 따던 일을 중단하고 일본의 벌집을 습격해 전부 죽이려는 것이었다. 반대로 이번엔 미국의 벌집을 일본으로 가져와 일본의 벌집들이 있는 들판에 놓았더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의 벌들은 미국의 벌들이 마음놓고 꿀을 따도록 놔뒀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벌들은 후퇴해서 각각 따로 사는 상태로 변했다.생물학적 설명에 의하면 일본은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 있기 때문에 다른 놈들이 들어와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기후변화가 극심해 여름에 필사적으로 꿀을 모아 놓지 않으면 겨울을 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얼마 안되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외래자(外來者)에게 엄하고 까다롭게 대한다. 그 결과 다른데서 온 벌들에 배타적이고 공격적으로 대하는 유전인자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일본이 땅이 좁고 미국은 자원이 넘치는 광대한 땅덩이어서 반대일 것 같은데 그 실험이 일본 NHK TV에서까지 방영됐다니 사실인 듯하다. 이 실험얘기는 일본의 벌들이 양질(良質)이고 너그럽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외래종교·외래문화·외세(外勢)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언제나 적의 공격에 한발 물러나 필요한 것은 흡수하고 그 절대적인 영향력은 적절하게 피하는 절묘한 재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인용됐다. 한국의 벌들을 그렇게 실험해 본다면 어떻게 나타날까. IMF사태를 2년 가까이 넘기면서 근래 한국과 말레이시아 두 나라의 성공적인 극복이 화제가 되고 있다. IMF관리체제에 한국이 초등학교 학생처럼 순종하고 외국자본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레이시아는 이를 거부한 케이스였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최근에도 『IMF방식이란 경제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가는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정치까지 가져가는 식민주의(植民主義)와 같은 것』이고『실제로 IMF에서 돈을 빌려 쓴 주변국가들에서는 자유를 상실한 채 침묵해야 하는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만일 말레이시아 역시 IMF체제로 갔더라면 독립을 상실했을 것』이며 『외환투기를 근절해야 할 암으로 규정하고 국제환투기로부터 국내통화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쪽이 더 현명한 것이었는지 이제부터 좀더 따져 봐야할 과제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