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수출시장 공략을 강화하라.’ 포스코의 싱크탱크인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최근 ‘세계 톱 기술력의 신일철, 그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포스코의 미래 성장전략을 이렇게 제시했다. 포스코는 이제 ‘철강제품의 꽃’으로 불리우는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당초 목표대로 650만톤 체제를 구축한데 이어 올해 말이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신일철을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과 4년여만에 일궈낸 기술혁명의 값진 성과다. 하지만 글로벌 철강대전이 불붙은 지금, 포스코가 ‘철강지존’의 자리를 굳히기 위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그리 만만치 않다. 미래를 주도할 차별화된 전략제품을 집중 육성하고 덩치를 키워 시장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본의 신일철과 같은 탄탄한 공급망(Supply Chain)을 통한 연구개발과 아시아 등 세계를 겨냥한 수출 전략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강력한 공급망(Supply Chain) 구축=지난 2003년 4월, 포스코는 이사회를 열고 자동차강판 가공ㆍ판매를 담당하는 자동차 강판 복합가공센터 설립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공식 선언한 셈이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2004년 9월. 포스코는 중국에 ‘POS-SPC’라는 복합자동차 강판 가공센터를 준공했다. 이 곳은 단순 가공센터에서 벗어나 자동차 개발 초기단계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고객사와 철강사가 함께 참여하는 EVI(Early Vendor Involvement)활동의 거점이다.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최종 수요가를 직접 상대할 수 있어 시장의 소비ㆍ구매 패턴 등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여신제공과 재고관리, 고객사와 신제품 공동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산업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여 전 세계 철강사의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부각된 지 오래다”며 “복합 가공센터를 EVI활동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등 공급 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노력이 중국내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생산 확대에 승부수=“예전의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던 국가별 철강사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이구택 회장) 포스코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해외생산기지 확충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특히 원자재를 갖춘 ‘그린필드 제철소’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철강재는 조선과 철강 등 후방 산업에 우선 공급하지만 해외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해 해외 철강시장의 심장부를 꿰뚫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해 해외 수출 물량이 751만 톤에 불과해 전체 생산량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6%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74%는 고스란히 국내 산업계에 공급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 등으로 일본 시장을 타진하면서 JFE스틸의 자국내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어 오히려 한국 시장을 겨냥한 공략은 거세졌다”며 “포스코 역시 신일철과 마찬가지로 자국 시장 우선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수출량을 늘리는 정책도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1조원대 원가절감 프로젝트 가동=“철강회사는 원가경쟁력을 잃으면 선순환에서 악순환의 사이클로 빠진다.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 포스코의 원가계산서에 그대로 반영되는 원가절감이 필요하다”(이구택 회장) 포스코는 올 상반기에도 4,966억원에 달하는 원가 절감효과를 올렸다. 올해 8890억원의 원가 절감 목표를 위해 제선과 제강 부문에서 메가 와이(Mega-Y) 추진반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포스코가 이 처럼 전사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벌이는 것은 전 세계 철강시장에서 기술력과 함께 원가 절감 능력이 철강사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의 경우 값비싼 펠릿이나 덩어리 철광석의 사용량을 지난해 31%에서 올해 26%로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대신 가격면에서 30~50% 저렴한 분광의 사용량을 늘려 똑같은 품질의 쇳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원료탄 역시 30~40% 가량 고가인 강점탄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점탄의 사용량을 15%에서 25%까지 늘렸다. 고철 역시 저급 고철 비율을 늘리면서 같은 품질의 쇳물을 재생하기도 한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분철광석은 전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80%가 넘어 덩어리 형태의 괴철광석보다 저렴하다”며 “최첨단 제철기술로 꼽히는 파이넥스 역시 이 같은 원가절감 성과에서 주역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일철서 배울 점] 공급자-유통-소비자 연계 고급강 수요기반 확보 포스코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신일철은 'RE'라는 독특한 연구개발(R&D)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Research)와 공학(Engineering)의 머리글자를 딴 'RE'는 연구개발부터 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수요업체와 융합해 경쟁력 있는 세계 최강의 기술을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개념을 담은 R&D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신일철이 유일하다. 일본 도요타와 공동 개발한 콤팩트형 하이드로포밍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신일철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도 이처럼 강력한 전후방 밀착형 공급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에서 2차 가공->유통->고객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으로 무장한 종합상사를 기반으로 뛰어난 품질의 고급강 수요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일철의 이 같은 전략은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에 자동차용 강판 중심의 글로벌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 효율적인 시장 개척을 위한 전초기지의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박현성 POSRI 수석연구원은 "포스코 역시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와 함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본의 신일철은 수요처와의 공동 연구개발의 역사가 깊다"며 "포스코가 신일철의 기술력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요 기반과 함께 초우량 고객들과 함께 추진하는 공동 기술개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산투자 크게 늘려 원료자급도 30%로 지난해말 포스코 직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릴만한 소식 하나가 미국으로부터 날아들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철강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포스코를 제치고 인도의 티스코(TISCO)를 세계 일류 철강사로 선정해버린 것이다. 그전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던 포스코로선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원료조달 능력에서 뒤쳐진다는 것이었다. 포스코는 재무안정성이나 가공사업, 실적 등 경영평가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도 단지 원자재 항목에서 점수가 깎여 글로벌 1위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요즘 세계 철강시장의 화두는 단연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재료 확보에 맞춰져 있다. 각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자원민족주의와 수급난이 맞물려 빚어진 현상이다. 실제 석탄의 한 종류인 호주강점탄은 ▦지난 2004년 가격이 22% 상승한 데 이어 ▦2005년에는 123%나 급등했다. 또 철광석(호주분광 기준)은 ▦지난 2003년 8% ▦2004년 18.6% ▦2005년 71.5%나 상승했다. 이 처럼 가격이 지칠 줄 모르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원료 확보 능력이 철강업계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철강사들은 원료비용 절감을 위해 자원 보유국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미탈스틸에 인수가 확정된 아르셀로가 슬래브 생산을 위해 브라질에 진출한 데 이어 포스코 역시 인도에 1,200만톤 규모의 제철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포스코 등 자국에 철광산이 없는 일본과 대만 등의 철강사들은 또 철광석 개발 초기에 자본을 공통 투자해 장기계약을 추진하면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도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포스코는 지난 5~6년전부터 호주와 캐나다ㆍ브라질 등의 6개 광산에 1억 달러 가량을 투자해 철광석과 석탄의 자급도를 ▦5~10% 수준에서 ▦13~2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지난 해에는 호주의 잭힐스 광산과 카보로다운즈 광산 등에 3,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또 인도에 제철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30년간 철광석 6억톤, 석탄 2억5,000만톤의 광권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광산 투자를 통한 원료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진행중이다. 포스코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 광산 투자를 통해 원료를 확보할 경우 철강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원료 공급 가격도 낮출 수 있다"며 "오는 2010년까지 해외 광산 투자를 통해 철광석과 석탄 등 원료의 자급도를 현재 20%대에서 30%대까지 대폭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설립 초기에 흑자를 달성하고 한 때 영업이익률이 27%에 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안정적인 원료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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