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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부시 '상처안은 당선'… 앞길 험난 예고

[美대선] 부시 '상처안은 당선'… 앞길 험난 예고 5주간의 치열한 공방과 역전, 반전 끝에 결국 43대 미국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에 의해 공화당의 조지 W.부시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그 동안 연방대법원의 큰 영향력 때문에 미국은 민주주의(데모크라시) 국가가 아니라 사법민주주의(쥬디크라시) 국가라는 비아냥이 적지않았는데 이번에 실제로 투표의 내용보다는 법률적 해석의 결과에 따라 21세기 첫 백악관 주인이 결정된 셈이다. 12일 연방대법원의 판정이 직접적으로 부시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지만, 플로리다주의 재개표를 중단시킴으로써 민주당의 앨 고어후보의 재생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어버렸다. 연방대법원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이 사건을 환송하면서 재개표가 헌법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재개표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적정한 기준을 제시하도록 요구했다. 주 대법원이 적정한 기준을 찾아내기도 쉽지않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이 사라져버려 더 이상 주 대법원에서 심리를 계속할 의미가 없어져버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판정이후 민주당 지도부에서 고어후보의 빠른 승복을 촉구하고 나서 고어후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18일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일부 선거인단의 반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부시후보가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 25명을 포함해 271명을 확보하게 되고, 고어후보가 267명을 얻은 상태에서 부시측의 선거인단 3명만 반란을 일으켜도 결과가 뒤바뀌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의회의 선거결과 인준과정에서 다시 논란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1월20일 대통령 취임이 어려워지게 되는데, 실현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이날 판정은 일반적인 관측대로 보수파와 진보파의 비율인 5대 4로 나왔다. 대법관들조차 정치적 판단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 것이다. 진보파인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이번 선거의 패배자는 법원은 법질서의 공정한 수호자라는 신념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또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정에 따라 양 후보의 득표차이가 154표로 좁혀진 상황에서 무효표에 대한 추가 검표 없이 부시후보가 당선자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부시후보의 정통성에 큰 흠이 남게 됐다. 특히 플로리다주 공무원들이 개표초기에 노골적으로 부시편향을 드러내면서 재개표, 특히 수검표를 방해,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결국 법정시한에 밀려 수검표를 하지 못하게 된 게 부시후보의 당선 확정에 큰 기여를 했다. 이 때문에 부시후보의 백악관 입성은 유권자들의 지지보다는 일차적으로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인 플로리다주의 공무원들, 다음으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 덕분이라는 꼬리표가 임기 내내 따라다닐 상황이다. 더구나 클린턴 행정부시절 넉넉한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아슬아슬한 우세(상원은 그나마 동수임)로 밀린 것도 부시 행정부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의 개표논란 때문에 2년후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가 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부시 행정부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부시진영에서는 일차적으로 국론분열 양상을 치유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내걸었던 각종 공약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개표과정에서 벌어졌던 계층간, 지역간, 인종간 갈등을 무마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법원에 의해 선임된 대통령이라는 멍에를 어떻게 벗어내느냐가 부시의 선결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리처드 닉슨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면서 선거부정 시비 끝에 겨우 당선됐던 존 F. 케네디의 전례를 연구하는 게 부시의 첫 번째 숙제가 된 셈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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