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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에서 '혁신 전도사'로 통하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올 6월 '챕터2'라 이름 붙인 새로운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전월 실적 50만원 이상 이용 고객에 한해 포인트와 캐시백 혜택을 몰아준다는 개념이다. 시장점유율 확대에 치중하던 방식을 버리고 수익에 기여하는 고객에게만 영업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현대카드의 새 전략은 최근 업계의 위기의식을 그대로 함축한다. 카드사의 한 고위 임원은 "국내에서는 커피 한잔도 카드로 결제할 만큼 카드산업이 어느 나라보다 활성화 돼 있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은 전통적인 수익창출 채널이었던 신용판매가 사실상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미끼 서비스'로 전락했다고 인식한다.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고 마케팅 비용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신용판매로 수익을 남기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금리 및 각종 수수료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며 카드사들은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항상 위기는 기회를 수반한다. 여건 변화를 체질개선과 전략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제 살 깎아먹기 식 영업경쟁에서 탈피, 차별화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는 '스페셜 원' 전략이 카드사들을 위한 생존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위기의 끝 찾는 여신금융업계=2010년 이후 신용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체감하고 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 증가율은 2010년 말 9.9%에서 2011년 말 7.9%, 2012년 말 5.9%로 하락하고 있다. 수익의 52%를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카드사 자산이익률(ROA)은 2012년 1.7%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하락했고 올 1ㆍ4분기에는 0.9%까지 고꾸라졌다.
올 3ㆍ4분기부터는 대출금리마저 인하될 예정이다. 당국의 압력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계속된 규제는 업계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당장 실적악화에 시름하는 시중은행들이 무차별적으로 2금융권의 고유 영역에 손을 뻗치고 있다.
캐피털사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자동차 대출시장에 은행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은행들도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스페셜 원', 성장전략으로 재편하라=전문가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카드시장의 여건상 새로운 시장 개척이 쉽지 않은 만큼 기존 사업영역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른바 '스페셜 원' 전략을 택하라는 얘기다.
일례로 미국의 3대 신용카드 발행사인 씨티카드는 지난 2011년 '씨티 심플리티(citi-simplicity)' 카드를 출시하며 카드시장의 트렌드를 재편했다. 이 카드는 최우량 신용등급 고객들을 대상으로 연체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고 벌칙성으로 연간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미국의 카드사들은 규제강화 및 위험관리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각종 수수료나 벌칙성 연간금리를 인상하고 있었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가하자 씨티카드가 발 빠르게 심플리시티 카드를 출시하며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가까이에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한 우리파이낸셜이 있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인 우리파이낸셜은 자동차 할부금융과 개인 신용대출 일변도의 영업방식에서 탈피, 올해부터 내구제 할부금융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기존에 내구제 할부금융이 주로 고가의 의료장비나 생산설비에 국한돼 수요층이 제한적이었던 데 반해 우리파이낸셜은 가전이나 가발, 여행상품 등으로 시장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올 초 월 10억원에 불과했던 내구제 할부금융 매출이 현재는 월 1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신전문업체들이 천편일률적인 수익마진 확보에 매진하기 보다는 영업환경 변화와 고객 니즈 등에 초점을 맞춰 영업전략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풀어줄 때 됐다=카드사들은 전통적인 카드업무를 통한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며 최근 4~5년 사이 부수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전 업계 신용카드사의 2012년 부수업무 취급규모는 2조9,000억원으로 2011년의 2조2,000억원 대비 30% 증가했다. 2008년 이후 부수업무 부문에서 연평균 24%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부수업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당국이 보험 대리판매, 여행알선, 통신판매 등으로 부수업무 영역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카드사의 신용판매 실적 대비 부수업무 실적 비중도 2012년 말 기준 0.5%로 미미한 수준이다.
당국이 오는 9월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서비스 ▦디자인ㆍ상표권 사용 ▦직원ㆍ소비자 대상 금융교육 ▦지급결제대행업(PG) 등 4가지 항목에 대해 부수업무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카드사 업무와 동떨어져 실효성이 떨어진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부수업무가 열거주의 방식에서 포괄주의(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된다면 개별 카드사들이 특성에 맞는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며 "신규 업무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원한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이나 여타 제조업과 달리 금융업은 해외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다"며 "개별 회사가 해외 시장개척에 나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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