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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세 할머니 중학입학 검정고시 합격
입력2003-06-03 00:00:00
수정
2003.06.03 00:00:00
조의준 기자
지난달 30일 발표된 `2003년도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 합격자`명단에는 64세 할머니의 이름이 포함돼 있어 화제다.
대구 달서경찰서에서 청소 일을 맡고 있는 박을선(64ㆍ대구시 달서구 월성동)할머니.
원래 나이보다 3살이나 줄어들었는데도 `대구지역 최고령 합격자`로 밝혀져 다소 쑥스럽기도 했지만 3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 같아 말할 수 없이 기쁘다.
“국어 점수가 40점이 나왔더라구요. 한 문제라도 더 틀렸더라면 과락으로 불합격했을 것을 생각하니 등에 식은 땀이 다 흘렀지...”지난 80년 대구 서부경찰서에서 청소 일을 시작한 뒤 23년째 경찰서 청소 일을 해 오고 있는 박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면서 70세 이전에 방송대학교에 진학할 꿈을 꾸고 있는 만학도다.
지난 2001년 봄 우연히 초등 검정고시 공고를 본 뒤 가벼운 마음으로 응시했다가 두 과목을 뺀 나머지 과목에서 과락, 고배를 마신 뒤 본격적인 공부에 나섰지만 수학, 음악 등은 도저히 혼자서 공부할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무작정 경찰서 인근 월성초등학교를 찾아 사정 이야기를 하고 수업청강을 부탁했지만 학업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측이 반대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삼고초려의 노력으로 학교측의 허락을 받아 지난해 4월부터 4학년 1반에서 손자, 손녀뻘 되는 초등생들 틈에 끼여 사회, 음악, 수학 등을 청강해 오다 지난해 또 한차례의 낙방 후 6학년 3반으로 옮겨 합격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른 아침부터 경찰서에서 청소 일을 하면서 수업 시간에 맞춰 등교해 오던 박할머니는 이제 경찰서 일을 끝내고 오후 늦은 시간에 인근 월성종합복지관에서 중학교 과정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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