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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 힘이다] (6) 조선

전 세계 고부가 선박 수주전은 '한국업체 집안싸움'<br>현대重·삼성重·대우조선해양 등 女양궁처럼… 국내업체들 독무대<br>발주량 늘며 조선 경기도 회복세 '100년 맹주' 자리 지키기 위해선<br>중소업체 육성, 기반강화 나서야



지난달 29일 전세계 조선 업계에 ‘깜짝 뉴스’가 날아들었다. 삼성중공업이 로열더치셸이 향후 발주하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장치(LNG-FPSO)’ 건조를 15년간 독점 계약했다는 소식이었다. LNG-FPSO의 가격이 1척당 50억달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500억달러 이상의 수주를 ‘한방’에 따낸 것이다. 한 조선 업체가 대형 발주처의 선박을 장기간 독점 계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 회사와 독점 계약을 할 경우 정해진 납기에 선박을 인도 받지 못할 가능성 등 다양한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삼성중공업이 1척에 대해서만 따낼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열더치셸이 삼성중공업의 LNG-FPSO 건조 능력과 납기 준수력을 신뢰해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며 “조선업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쾌거”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선종, 한국조선 독무대=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업계는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 여자 양궁팀’으로 통한다. 우리나라 여자 양궁은 수차례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고 한국 선수들끼리 맞붙는 장면을 연출해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누가 이기든 금메달은 한국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왔다. 우리나라 조선 업계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굵직한 수주전마다 국내 기업끼리 경쟁을 벌여왔다. 이번 로열더치셸의 LNG-FPSO 수주전에서도 수주에 참가한 기업이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모두 한국 기업이었다. 각 개별 업체들은 회사의 이름을 걸고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지만 결국 어느 기업이 수주하든 한국 기업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국내 조선 업계가 드릴십ㆍFPSO 등 고부가가치 해양제품 시장에서 세계 맹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뛰어난 기술력과 완벽한 납기 준수력 덕분이다. LNG-FPSO의 경우 실제 설계부터 제작 경험이 있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며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FPSO 전용 도크를 갖추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해양제품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드릴십 분야에 진출하는 등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나 천연가스 등을 발굴하는 고부가가치 해양제품 분야에서는 국내 조선 업계의 설계 및 제작 능력이 세계 최강”이라며 “각 업체별로 특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분야를 선도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활 조짐 보이는 조선경기=조선 업계는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사상 최악의 수주난을 겪고 있다. 금융위기로 선박제작의 ‘돈줄’인 선박금융이 꽁꽁 얼어붙었고 실물경기 악화로 해상 물동량마저 감소하면서 선주사들의 선박발주가 뚝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 업계도 지난해 9월 이후 1년 가까이 극심한 수주난에 시달리며 그동안 수주해 창고에 저장해놓았던 수주 잔량을 꺼내 쓰기만 했을 뿐 새로 채워넣지는 못했다. 조선ㆍ해운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조선 업계의 수주 잔량이 지난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9,000척 이하로 내려갔다. 하지만 7월을 기점으로 발주량이 크게 늘어나며 조선경기가 회복세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전세계 조선 업계는 58척을 새로 수주해 올해 전체 신규 수주 척수의 38%에 해당하는 물량을 단 한 달 만에 확보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지난해 4ㆍ4분기와 올 1ㆍ4분기에 완전히 끊겼던 수주 관련 문의가 2ㆍ4분기부터 재개되고 있다”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부터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 산업 기반 강화 위해 중소조선소 육성해야=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 업계가 맹주의 자리를 더욱 굳건히 지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국내 조선 업계는 세계 조선업의 맹주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대표적인 구조조정 업종으로 분류되는 수모를 겪었다. 대형 업체의 경우 큰 문제가 없었지만 조선업 호황을 타고 신규 조선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중소 조선 업체들이 경영난에 부딪혔던 것이다. 조선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 업계가 ‘100년 맹주’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위기에 처한 중소 조선 업체들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전문 업체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내 조선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등 수주 잔량을 기준으로 상위 10위 중에서 국내 조선 업계는 무려 7개사에 달하지만 100대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국내 기업의 비중은 10%가량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중국 조선 업체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저가 선박 수주를 싹쓸이하며 수주 잔량 면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김호충 대한조선 사장은 “중국의 수주 잔량이 늘어난 것은 국내 대형 조선 업체가 제작하지 않는 중소형 저가 선박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중소형 조선 업체들이 특정 선종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중국에 저가 선박 시장을 내주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조선 맹주의 위상을 이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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