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눈에 띄는 전시행정을 추진하면 인기는 얻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부 시스템을 개혁하는 겁니다.” 지난 71년 행정고시(10회) 합격 후 30여년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용산ㆍ성동구청장 등을 거치며 행정가의 길을 걸어온 이호조(62ㆍ사진) 성동구청장은 민선 4기 1년을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내실있는 ‘정중동(靜中動)’ 개혁에 집중했다. 먼저 메스를 들이댄 곳은 인사시스템. 인사권자에 대한 줄대기나 승진시험을 위해 몇 달씩 자리를 비우는 병폐를 없애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이 청장이 도입한 것이 ‘자격이수제’. 6~8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일정 과목(헌법ㆍ행정법ㆍ민법총칙ㆍ행정학)을 평상시에 공부하도록 해 일정 점수를 이수해야 승진 자격을 주는 제도다. 성동구가 시행한 뒤 서울시와 몇몇 자치구들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 청장은 “축구로 비유하면 5급 사무관은 허리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인데 평소 소양과 리더십을 갖추게 해 이들이 능력있고 바른 자세를 갖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의 또 다른 화두는‘가난의 대물림 방지’. 이 화두는 이 청장이 지난 91년부터 1년여간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시절부터 고민해 온 것이다. 일시적 부조로는 영세민 대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청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 최근 입사한 우수 공무원들을 활용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 지원을 강화했다. 현재 20개 모든 동사무소에서 400여 명의 학생들이 학업에 심취해 있다. 또 관내기업체 134개와 경로당을 1대1 결연을 맺어줘 일상적인 복지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남은 기간 이 청장은 “성수신도시를 강북의 강남으로 키우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지난 4일 대한주택공사와 추진협약을 맺고 올해 말까지 구체적 개발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강변 노후주택 밀집지역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용적률을 높여 고품격 주거단지로 조성하고 성수동 준공업지역은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또 서울 숲 근처 삼표레미콘 부지에는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세울 예정이다. “성동 발전을 위한 시의 도시계획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이 청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 재건축·재개발관련분쟁, 민원협의회로 '척척' 해결 성동구는 관내 29개 구역에서 주택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이해당사자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었다. 이호조 구청장은 '뜨거운 감자'인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1월부터 각 동사무소에 '재개발ㆍ재건축 민원협의회'를 구성, 중지를 모아갔다. 당사자간 재산권 문제가 걸린 만큼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지만 '원칙을 갖고 대화와 타협을 거듭하면 어떠한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뚝심있게 대처했다. 분쟁 당사자는 물론 동장ㆍ구청관계자ㆍ변호사ㆍ도시계획 전문가 등으로 '민원협의회'를 구성, 합리적 해결방안을 도출할 때까지 협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금호 제23구역의 경우 "재개발이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재건축을 포기하고 그간 추진했던 사업을 접고 재개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청장은 "이번 합의 도출로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결정으로 도로 폭이 확충돼(8→20m) 주거문화 향상 뿐만 아니라 금남시장 상권도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원협의회에 대해 시의 한 관계자는 "사전분쟁 조정으로 개발이 많은 우리 구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며 "재개발이 많은 다른 자치구에서도 도입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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