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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무력감 깊어진다

환율안정등 경제현안 틈만나면 건의하지만 정부선 번번이 외면하거나 기대이하 대책뿐<br>그나마 鄭회장 구속후엔 냉소주의마저 팽배


“이번 건의는 단기적으로 정부가 외환시장에 메시지를 던져주기를 희망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유창무 무역협회 부회장) 환율하락으로 한국 경제에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10일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긴급회동을 갖고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안정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미 연초부터 수차례 정부 측에 보낸 SOS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탓인지 다들 별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당초 예정과 달리 부회장들이 대거 불참한 것도 냉소적인 기업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했다. 재계의 무력감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환율대책이나 투자 활성화 등 긴급한 경제현안에 대한 입장을 틈만 나면 내놓고 있지만 번번이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기업 불공정거래 사정설이나 검찰 수사설 등 갖가지 악성 소문까지 판치면서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을 꺾어버리고 있다는 하소연마저 들린다. 환율문제만 해도 기업들은 석달 전부터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계의 잇따른 요청에도 지난 4일 산업자원부가 내놓은 환율안정화 방안은 기대 이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자부는 당시 중소 수출기업의 환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환변동보험료와 환위험 컨설팅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지원주체는 정부가 아닌 무역협회였다. 재계의 간절한 탄원을 물리치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결국 구속된 것도 재계의 무력감을 더해주고 있다. 고유가ㆍ원고 등 경제여건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 재계의 기대수준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건의마저 외면받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재계에서는 “기대할 것 없다”는 냉소주의마저 팽배해졌다. 재계의 목소리가 묵살된 경우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참여정부 이후 기업의 정책건의 428건 중 현재까지 수용된 건수는 전체의 36.2%인 155건에 불과하다. 특히 31.8%인 136건은 아예 정부로부터 거부당했다. 정작 기업의 설비ㆍ연구개발(R&D) 투자와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무반응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는 절실하지만 정부의 수용불가 방침이 내려진 규제 중 대표적인 사례는 수도권 규제와 대기업 규제, 노동규제”라며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수도권 공장 총량제 폐지 등 기업의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균형발전, 공정한 시장질서라는 정책기조를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정당한 건의를 외면한 채 상생경영이나 봉사활동 등 부담만 잔뜩 안겨주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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