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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과 결과
입력2003-02-05 00:00:00
수정
2003.02.05 00:00:00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과정 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결과가 좋다면 과정에서의 불합리와 부조리ㆍ부조화ㆍ눈가림 등의 문제는 대수롭지 않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사회에 만연해 있다. 결과 만능주의가 자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온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2억달러 북한 송금 문제도 크게 보면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청와대의 발표처럼 국익을 위한 것이고, 남북간의 특수한 문제일 수 있다. 통일비용으로 생각할 수 도 있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통일되기 전에 서독은 동독을 19년간 62조원이나 지원했다. 이것에 비하면 이번 대북지원은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다.
당연히 정부는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은 독점사업권에 대한 대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통치권자의 결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정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추진하는 과정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우리와 달리 서독은 동독을 지원할 때 국민들의 지지속에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했었다.
국민들이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은 투명성과 공감대가 결여된 지원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현대도 충분하게 국민 공감대를 형성한 뒤 투명하게 북한을 지원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결과 중심의 일처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특히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들의 경영에서는 더욱 그렇다. 얼마전에 어느 기업인에게 들은 외국기업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야기 골자는 대강 이렇다.
항구를 떠난 배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항로상에 태풍이 불고 있었다. 선장은 태풍을 통과해서 무사히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배를 다시 돌리는 것이 회사규칙에 맞지만, 욕심을 낸 것이다. 선장의 판단은 정확했고, 배는 무사히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장은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목적지에서 선장은 본사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아야 했다. 회사가 입을 뻔 했던 손실은 막았지만, 무리한 운항으로 회사를 더 큰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것이 해고 이유였다. 우리 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이제 우리도 결과 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채수종(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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