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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생명은 대본입니다. 좋은 땅에서 식물이 자라듯 좋은 대본이 있으면 양질의 배우가 몰리면서 투자유치, 방송국 편성도 쉽고 해외판권 구매도 몰리죠."
12일 서울 마포 창전동 본사에서 만난 이상백(사진) 에이스토리 대표는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계속해서 '대본'이야기를 꺼냈다. 에이스토리는 '이산' '아이리스' '신데렐라 언니' '여인의 향기' '마의' 등 숱한 흥행작들을 내놓은 중견 드라마 제작사.
창립 이후 지금까지 제작한 총 12편의 작품은 평균 시청률 15% 이상을 기록했고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한 작품 중 평균 시청률이 15%에 미달한 작품은 한 작품에 불과하다. 이 같은 흥행을 바탕으로 2011년 방영된 SBS '여인의 향기'는 필리핀ㆍ홍콩ㆍ대만ㆍ싱가포르ㆍ캄보디아 등 아시아 주요국에 판권이 팔렸다. 같은 해에 제작한 SBS '보스를 지켜라' 역시 국내 드라마로는 최초로 우크라이나에 수출되는 등 드라마 사상 최다인 30개국에 판권이 판매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그 비결로 철저한 작품 검증시스템을 꼽았다. 이 대표는 "우선 다수의 흥행 작품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12명의 작가들과 계약을 맺고 매년 5~6개 작품을 준비해 절반 이상을 제작ㆍ방영하고 있다"며 "특히 20년 이상 경력의 프로듀서들을 통해 작품을 고르고 대표작가인 최완규 작가가 최종 작품을 선별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블방송, 신문사 등 각종 미디어 업체를 두루 거친 이상백 대표가 드라마 제작에 뛰어든 것은 2004년.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NHK에 방영되며 본격적인 드라마 한류가 시작된 시기다. 이 대표는 "당시 말레이시아에서 배우 배용준 씨를 섭외만 해주면 부르는대로 돈을 주겠다는 요청을 받고 시장의 변화를 감지했다"며 "해외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니 이제 드라마 사업에 뼈를 묻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탄탄한 방송계 인맥을 가진 이상백 대표와 드라마 '종합병원' '허준' '상도' '올인' 등으로 대작가 반열에 오른 최완규 작가가 의기투합하자 창립 2~4년차에 CJ그룹과 중앙일보 미디어 그룹이 주요 주주로 참여, 약 5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흑자구조도 정착됐지만 이 대표에게도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2009년 방영을 준비했던 작품 3개가 모두 제작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 집까지 담보로 해서 융자를 받아야 했다.
힘든 시기를 겪고 난 이후 이 대표는 매년 5개 작품을 준비해 최소 2~3개 작품 이상이 방영될 수 있도록 계약 작가수를 대폭 늘렸다. 물론 계약 작가수가 늘어나면서 계약금이나 제작지원비 부담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매년 2~3개 이상의 작품을 만들면서 실적도 빠르게 개선됐다.
에이스토리는 해외 시장 공략을 주요 목표로 설립된 드라마 제작사답게 창립 초기부터 전체 매출의 20%를 해외에서 꾸준히 벌어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우선 국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작품이 해외 판권도 높은 가격에 팔린다"며 "조연급에 해외 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하는 등 드라마 업계에서 주로 활용하는 기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에이스토리는 오는 3월초 방영되는 '최고다 이순신(KBS)'을 시작으로 '뷰티풀 몬스터(SBSㆍ6월)' 등 3개 이상의 차기작을 방영할 예정이다. 특히 인기가수 아이유 등 탄탄한 출연진을 갖춘 '최고다 이순신'은 시청률 50% 돌파에 도전하는 한편 해외 시장 공략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방송국들의 직접적인 광고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외주제작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탄탄한 작가진과 제작능력을 갖춘 외주제작사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탄탄한 스토리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드라마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콘텐츠 개발 비용도 세제혜택 줘야 이상백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