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은 월경전 불쾌장애를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한 월경전 불쾌장애를 겪는 여성들 중 단 11%만이 병원을 찾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26~28일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ㆍ태평양 피임학회(APCOCㆍAsia Pacific Council on Contraception)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호주 멜버른대 정신과 로레인 데너스타인(Lorraine Dennersteinㆍ사진) 교수는 "월경전 불쾌장애가 있다면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미국ㆍ유럽ㆍ남미ㆍ아시아 지역 총 14개 국가에서 15세~49세 가임기 여성 4,0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월경전 불쾌장애에 대한 대규모 서베이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여성건강 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로레인 교수는 이번 연구조사를 진두지휘했다.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여성의 98%가 월경전 증후군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반면, 아시아 국가에서는 오히려 91.2%가 월경전 증후군이나 월경전 불쾌장애라는 단어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다. 아시아 여성들은 월경전 불쾌장애로 고생하면서도 정작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이다.
월경전 불쾌장애(PMDDㆍ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는 월경전 증후군의 심한 형태로 보통 월경이 시작되기 약 5일 전부터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신체적 정서적 증상을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유방통ㆍ두통ㆍ부종ㆍ하복통 등의 신체적 증상과 우울함, 집중력 저하, 피로감, 불안감 등의 정서적 증상들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유방통, 하복부 통증, 우울감, 불안감, 화남 등의 증상 중 신체적 증상과 감정적 증상이 각각 1개 이상씩 최소 3개월간 매월 반복됐다면 월경전 증후군, 5가지 이상의 증상이 지난 12개월간 거의 매일 반복됐다면 월경전 불쾌장애일수 있다.
로레인 교수는 월경전 불쾌장애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그는 "가벼운 월경전 증후군의 경우에는 식사 조절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며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카페인과 소금의 섭취는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금연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거나 요가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정서적 증상 개선을 위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월경전 불쾌장애가 생리 때마다 되풀이 되고, 그로 인해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병원방문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로레인 교수는 조언했다.
로레인 교수는 "월경전 불쾌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나 배란 기간의 호르몬 변화 및 신경 전달물질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증상은 나이ㆍ지역ㆍ흡연여부ㆍ자녀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체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심해지다가 35세를 기점으로 폐경 전까지 증상의 심각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자녀수가 많은 여성은 월경전 불쾌장애 증상 발생의 빈도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월경전 불쾌장애 증상을 개선시켜주는 피임약도 출시돼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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