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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중앙銀 경제살리기 '대도박'
입력2002-09-19 00:00:00
수정
2002.09.19 00:00:00
120년만에 처음 市銀 보유주식 8,000억엔 매입
`120년만의 대도박`
하야미 마사루 일본 은행(BOJ) 총재는 18일 지난 1882년 10월 설립이래 처음으로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일반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경제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일본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카드를 꺼내 든 것.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시중은행이 내다 팔아야 하는 주식 중 약 8,000억엔어치를 중앙은행이 사줌으로써 물량과다에 따른 주가하락 방지와 함께 은행의 건전성도 함께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19일 대규모 세금감면을 실시하겠다고 발표, 경기부양을 위한 행정부 차원의 정책을 마련했다.
주가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조치로 닛케이 지수는 19일 3%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하야미 총재 스스로 인정한 선진국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중앙은행의 주식매입 결정에 대해서 외국 언론은 물론 일본 내 전문가들도 위험스러운 도박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 사설을 통해 “정상적인 정책수단이 고갈된 상태에서 비상 수단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 한다”면서도 은행에 잠시 숨통을 트게 하는 단기 처방이며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카하라 요부유키 전(前)일본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 역시 “화폐를 발행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BOJ의 일반기업 주식소유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BOJ의 결정이 시장 경제 메카니즘의 왜곡을 가속화할 것이란 점. 특히 은행 부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BOJ가 추가로 개입할 것이란 인식을 확산, 은행과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가속화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통한 건전성 확보를 게을리 하면서 일본 경제의 환부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일본 시중은행은 그 동안 기업에 돈을 대출해 주는 대신 이들의 주식을 매입,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장기 침체로 주가가 하락하고 부도 기업이 증가하면서 시중은행은 부실채권 증가ㆍ보유 주식의 주가하락이란 이중 부메랑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BOJ가 어느 은행으로부터 주식을 많이 사주느냐에 따라 이들의 생존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은행과의 구체적인 주식매입에 관한 협상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촉발되거나 대 정부 로비가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립적인 위치에 있으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BOJ가 일반 기업의 대주주가 될 경우 정책의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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