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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여성의 정치참여
입력2002-07-21 00:00:00
수정
2002.07.21 00:00:00
여성들의 활발한 정치참여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16대 국회에서는 개원 이래 가장 많은 16명의 여성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펼치게 돼 여성의 권리 신장과 양성 평등을 위한 토대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회에서도 여성 관련 법률안 제ㆍ개정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청원도 많이 늘었다. 또한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에 의욕을 보이는 여성들도 늘면서 각종 정치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치러진 6ㆍ13 지방선거는 모든 여성들이 건너야 할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며 가야 할 길도 상당히 멀다는 것을 보여줬다.
6?3 지방선거 결과 지난 98년 선거에 비해 여성후보자수는 185명(1.8%)에서 394명(3.6%)으로 2배 이상 늘었고 당선자수도 97명(2.2%)에서 142명(3.6%)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30% 공천할당제가 정당법과 선거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후보자수가 전체후보자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394명에 불과했고 당선자도 3.2%선인 142명에 머물렀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예비경선이라는 민주적인 방식이 도입됐지만 오히려 비민주적 절차와 불법ㆍ타락선거를 조장하면서 능력 있는 후보자들이 대거 탈락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들은 조직과 자금면에서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기존의 유력한 남성 후보자들과 맞서 대부분 탈락했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단순히 예비경선제의 도입이 민주적 선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불법ㆍ타락선거, 소외받는 소수자에 대한 권리보호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온 것이지만 여성의 정치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할당제를 통해 정치적 역량을 구비한 여성에게 비례대표를 보장해주는 것은 물론, 제도적으로는 여성의 일정 수를 반드시 선출직에 공천될 수 있도록 하는 복수추천제 등이 확립돼야 한다.
둘째, 여성들의 정치참여 및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 제고를 위해 정당 차원에서 지원전략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났지만 당에서의 지원이 주로 남성들에게만 편중돼 여성들이 선거 막바지에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르기 어려웠다.
당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지원한다는 논리였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선거에서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편견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셋째, 경쟁력 있는 여성후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정책을 개발함과 동시에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한다.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정치란 슬픈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민주정치의 이상, 지방자치의 이상, 그리고 여성 정치참여의 이상을 완벽하게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여 우리 후손에게 보다 나은 사회를 물려줄 수 있다면 여성정치인이 지는 십자가는 결코 무거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21세기 새 시대를 맞아 이제 정치는 단순한 국민 대표성의 차원을 넘어서 분쟁ㆍ빈곤ㆍ인권ㆍ환경ㆍ복지ㆍ교육 등 각종 이슈들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가 결코 사회적인 이슈와 분리돼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폭 넓은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제 여성의 정치참여는 단순히 남성 중심적인 정치 패러다임에 참여하거나 그 통로만을 찾는 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여성들은 통제와 지배, 전쟁과 권력 투쟁 등의 남성적 규범에 의해 지배돼온 과거의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꿔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유권자의 투표율을 높이고 여성정치인을 발굴ㆍ육성하는 등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과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김정숙<한나라당 김정숙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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