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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조기통합 논의가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김정태(사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제 정말 (외환은행) 노조도 변해야 한다"며 "제발 조직과 조합원들을 생각해달라"고 읍소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마지막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금융당국이 정규직 문제 합의 없이도 통합을 승인할 수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노조에 사실상 마지막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한식구가 될 외환은행 가족들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회장은 "조기통합을 선언한 후 지난 6개월 동안 정말 치열하게 논의해왔고 (나 스스로가) 그들(외환은행 노조)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섰다고 자부한다"며 노조가 사측의 협상을 대하는 '진정성'을 문제 삼는 데 대해 섭섭함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정규직 전환 문제를 통합승인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입장변화와 상관없이 외환은행 노조와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설령 노조와 최종 합의가 안 돼 당국에 통합승인을 강행하는 일이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노사 양측 간 막판 대타협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사실 김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당면과제인 하나은행·외환은행 조기통합 이슈 말고도 중국을 비롯한 해외법인부터 통합작업을 시행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직접 챙기느라 매달 해외출장에 나서고 있다. 공식행사가 아니고서는 그를 만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이 때문인지 김 회장의 목소리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회장은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다"며 "다녀와서도 매일 시간대별로 회의를 하느라 못 받은 전화를 콜백할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에 변화 기류가 생겼기 때문인지 통합 관련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자칫하면 금융당국과 사측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마지막까지도 한식구가 될 외환은행 가족들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노조도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독통합 신청이 초래할 노사 불신을 지양하고 모두에게 축복받을 수 있는 새 출발을 만들어가자고 부탁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노조에 이제는 조직과 조직원들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호소하고 싶다"며 막바지로 접어든 협상 국면에서 노조의 대승적인 입장 선회를 희망했다.
김 회장은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작업이 이번주에 중대 분수령을 맞음을 의식하고 있었다.
당장 12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열린다. 당초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된 금융위원회 소관 법안이 없어 신제윤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가 예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무위에는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기준 의원이 속해 있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과 관련한 김 의원의 질의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 신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내비칠지 주목된다. 신 위원장은 최근 모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입장 선회를 시사했지만 본인 스스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외환 노조의 입장변화가 없는 한 하나금융 단독의 통합신청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외환은행 노조에서 요구하는 비정규직 전환 문제는 금융당국이 조기통합과 무관하다는 유권해석을 시사하며 노조가 주장할 명분을 잃게 됐다.
노조가 핵심 쟁점으로 꼽고 있는 '통합절차 중단 문제'도 금융당국을 자기 편으로 삼기에는 허점이 많다. 외환 노조는 대화기구 합의문 작성 단계에서 통합절차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산통합을 위해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측이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다.
이번주 초반까지 양측 간에 극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반께 하나금융 단독으로 통합신청이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된다. 합병결의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으며 이의 결의를 위한 이사회가 14일 열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통합신청을 위한 형식논리를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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