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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인적분할을 통해 분리된 직후인 지난해 7월4일 박건현(사진) 신세계 대표가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위해 임원들 앞에 섰다. 이마트가 떨어져 나가 이전의 10분의1로 몸집이 쪼그라든 신세계였지만 이날 박 대표에게서는 위축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박 대표는 "앞으로 고객의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점포 수를 17개로 확대하겠다"며 재도약의 의지를 불태웠다.
이마트를 떠나 보낸 신세계가 점포 수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신규 사업을 강화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2020년까지 매출액을 현재보다 7배 이상 늘어난 15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인적분할하면서 지난해 매출 2조1,854억원, 영업이익 2,675억원의 회사로 쪼그라들었다. 이마트를 포함한 지난 2010년 매출액 13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분의1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연결기준 자회사도 14개에서 지난해 4개로 줄어들었다.
이마트의 분할로 외형은 축소됐지만 신세계는 신규 점포 출점과 신사업 진출 등의 재도약을 꿈꾸며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박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은 단순한 소매 유통기업을 넘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창조하고 패션∙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점포 수를 현재의 10개에서 2020년 17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영업이익도 1조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우선 2015년 또는 2016년에 백화점 점포를 2개 더 추가해 모두 12개 규모로 외형을 확대시킬 계획이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진출하지 않은 광역 상권이나 핵심 상권을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해 대형 점포를 지속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신규 점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유통가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세계의 현재 백화점 점포 수는 10개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 이어 3위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현대백화점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이런 순위가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유통산업의 특성상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면 수익성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신세계가 외형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신세계가 외형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사업 다각화와 미래 성장동력으로 교외형 쇼핑몰 등 새로운 사업 발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유통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개발과 제휴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매년 40% 이상 고성장을 보이고 있는 신세계몰은 2015년 매출 2조원 달성으로 온라인몰 종합쇼핑몰 업계 1위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세계의 이러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신세계의 올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까지 하락해 있을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가치 목표 PER는 11.3배로 주가가 25만원까지는 부담없는 수준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민아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백화점 매출 성장률은 2∙4분기를 저점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소비경기 호전과 지난해 진출한 신규점 효과 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수합병(M&A) 행보도 향후 신세계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서 분할된 이마트는 전자랜드와 하이마트 인수전에 동시에 뛰어들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그룹 차원에서 전자제품 유통업체를 인수할 경우 새로운 성장동력 추가와 전자제품 제조사와의 협상력 강화에 따른 이익률 개선 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외형성장 못지 않게 협력사와의 공존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에 주력하는 것은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박 대표는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상생경영은 상호 신뢰를 구축하게 하고 합리적인 거래를 실현시키며 협력회사와 핵심 역량을 공유 가능하게 함으로써 신세계와 협력회사 모두 미래 성장의 원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각자의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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