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처음 기자들과 공식 자리를 한 김정태(사진) 하나금융그룹 신임 회장의 표정은 한결 밝았다.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도 넘쳐났다.
김 회장은 28일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신을 '마무리 투수'에 비유했다. 마무리 투수라는 단어에는 그룹 비전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놓고 떠난 김승유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데 대한 역할과 고민이 녹아 있는 듯했다. 구원투수가 아닌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선 이상 '이겨야만 하는' 게임에 등판한 셈이지만 김 전 회장이 숙제처럼 남긴 과업을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자신이 내세운 목표의 핵심인 '글로벌 톱 50' 달성을 위한 첫 단추를 '보험'에서 찾았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보험사에 대한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말했다.은행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을 키워야 명실상부한 금융지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에게도 보험 사업은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은 은행 부문이 강하고 증권도 투자은행(IB) 부문을 조금 더 강화하면 문제 없지만 보험 부문은 취약하다"며 "좋은 매물이 나와 기회가 된다면 관심을 가지고 인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환은행 인수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함을 인정했다. 김 회장은 "이미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ING생명 인수전에는 뛰어들 생각은 없다"며 "보험은 리스크가 큰 업종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 사업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새한뱅콥의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것처럼 괜찮은 매물이 나온다면 미국 은행을 추가로 인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오는 2015년까지 총 당기순이익의 10% 정도를 글로벌 시장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로 중국ㆍ베트남 등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대의 변화상에 맞춰 스마트 금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스마트 금융은 트렌드"라며 "하나은행은 오프라인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을 강화하고 광고 예산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과의 통합 작업에 대해서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이 친화력 아니냐"며 "서로 가 친해지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서울ㆍ충청ㆍ보람은행 등의 인수 경험이 다 자산"이라고 두 은행 간 시너지를 자신했다.
김 전 회장이 떠난 하나금융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나름의 리더관(觀)으로 '편견'을 불식시키려고 했다. 그는 "내 역할은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나갈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주는 헬퍼(Helper)가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특유의 '헬퍼론'을 재차 강조했다.
김 회장은 "남을 끌고 가는 게 리더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자신이 스스로 매력적인 사람이 돼 남들이 따라오게끔 하는 데 치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승유 전 회장이 떠나면서 30년 동안 간직했던 액자를 주며 '리더는 변화에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는 일화를 마지막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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