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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규모 GDP 20%에 그쳐… 자산증식 역할 제대로 못해… 9월 중 종합대책 내놓을 것
혁신 금융상품 많이 나와야… 투자자 다시 자본시장 유입… 세혜택등 제도적 지원 필요
펀드 등 자본시장 커지려면… 퇴직연금과 연결고리 구축… 윈윈하는상품구조만들어야
"부자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은 자신의 특성에 맞는 제대로 된 상품을 찾아내기가 힘듭니다.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인 만큼 인터넷을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 등 투자 인프라를 적극 구축해 금융중산층이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2주년 기획 시리즈 '금융 중산층을 살리자'를 마감하며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빌딩에서 마련한 좌담회에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금융 중산층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프라 확대를 통한 고객별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글로벌 경제위기가 잦아지면서 금융 중산층의 자산과 부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만큼 효율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와 함께 가계자산이 자본시장으로 흘러 들게 하기 위해서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는 퇴직연금과 자본시장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과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국장 대행), 강문성 하나금융연구소 부소장,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이 참석했다.
▦오철수 증권부장(부국장대우ㆍ이하 사회)=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 부분에서도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의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에 대해 진단부터 해보죠.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이하 조 부원장)=유럽 재정위기가 최근에는 실물경제 침체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성장률이 8%를 밑돌면서 성장의 지지선마저 무너지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중산층의 어려움이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27%가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고 부채가 가계를 짓누르면서 '하우스 푸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강문성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이하 강 부소장)=부(富)가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금융투자 부문에서도 정보의 비(非)대칭성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금융 중산층의 경우 절대적인 자산이 부족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나마도 적절한 정보가 없어 투자 위험성만 커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자칫 금융 중산층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이하 김 과장)=가계부채는 물론이고 소득분배의 불균형 문제가 점차 부각되고 있습니다. 가계 빚만 늘고 노동을 통한 소득도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고액 자산가들과 일반 투자자 사이의 금융자산 차이도 커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손성동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이하 손 실장)=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산층마저 실제로는 부동산 등을 제외하면 보유 금융자산의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래는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 중산층을 위기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사태마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회=금융중산층의 위기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양극화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손 실장=지난 1980년대부터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이는 글로벌화를 뜻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가는 물론 기업과 투자자로서는 자신을 보호해줄 보호막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금융 중산층처럼 자산이 부족하고 부채가 많은 계층이 받는 충격은 더 큽니다. 현재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상황에서 자녀 교육비 등의 지출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소득 수준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입니다.
▦강 부소장=주택 가격이 내려가고 금융자산 등 쓸 수 있는 가용자원은 줄면서 전체적으로 가계부채만 늘고 있습니다. 현재 중산층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중산층의 경우 금융자산 규모가 고액자산가들에 비해 작고 제대로 된 정보마저 부족한 탓입니다.
▦조 부원장=미국에서는 1980년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자 취약 계층이 느끼는 박탈감을 소비로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누구나 쉽게 내 집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통화팽창을 가져왔고 신용융자도 확대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비롯한 부실자산들이 쌓여갔고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결국 중산층들에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죠.
▦사회=자산관리 등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강 부소장=일반적으로 금융자산이 1억원 미만인 고객을 금융 중산층으로 봅니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사들의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은 5억원 또는 1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렇다 보니 자산 규모가 작은 금융 중산층은 서비스 과정에서 소외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과장=과거에는 금융투자회사가 목표로 한 주요 수요 계층이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운용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 위주로 운용된 것이죠. 하지만 최근 금융회사들이 관리자산 기준을 낮추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은행 PB 서비스도 최근에는 2,000만원 정도도 낮추거나 랩어카운트의 투자 단위도 과거 1억원에서 요즘에는 1,000만원까지 내려간 경우가 많습니다.
▦손 실장=펀드는 금융 중산층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투자상품입니다. 국내에만 수천개의 상품이 있죠. 하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이 무엇인지는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판매회사들이 이런 부분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은 탓이죠. 따라서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하면 중산층의 금융자산 증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 부소장=현실적으로 증권사들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더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의 경우 단순 상품 소개 정도의 관리만 받다 보니 투자처 선택이 어려울 수밖에 없죠. 대부분의 객장에서 투자자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성장단계여서 보다 세밀한 자산관리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문제는 금융투자상품은 많은데 금융중산층이 어떤 상품을 선택해 자산 증식에 나서야 할 지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통합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손 실장=외국 금융회사들은 스스로를 '장치(인프라)회사'라고 평가합니다. 그만큼 IT 인력 비중이 높고 전산화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피델리티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투자자 성향을 파악해 본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바로 추천해줍니다. 이후 콜센터에서 해당 내용을 투자자에게 알려줍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통해 피델리티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회사로 성장했죠. 국내 금융투자회사도 쉬운 과제가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IT를 잘 활용하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강 부소장=그렇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표준화되고 체계화된 서비스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상담이나 조언 등 자산관리 자문이 인터넷을 통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객별 비용은 다르지만 수준에 맞춰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단계별로 서비스하다 보니 투자자도 본인 자산 규모에 맞춰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습니다. 반면 국내는 이러한 서비스가 미흡합니다. 외국에서는 자산운용회사가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는 이와 관련한 인터넷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 부원장=장기적 안목에서 증권사들이 간과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 중산층이 미래 영업의 근간이 된다는 점입니다. 현재만 생각해 이들에 대한 서비스를 소홀히 하면 증권사는 결국 미래 고객의 상실로 이어집니다. 최근 증시 거래대금이 부진해 증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금융 중산층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융투자회사들은 금융 중산층 육성을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사회=최근 펀드 환매 등으로 금융투자업계에 자금이 들어오기보다는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증시침체 등 요인도 있겠지만 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무너진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입니다. 펀드에 중산층의 자금이 다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과장=우리나라 펀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입니다. 미국(70%)이나 영국(30%) 등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합니다. 더구나 2009년 이후 300조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습니다. 특히 그 기간 중 은행 예금은 되레 100조원가량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펀드가 중산층의 자산증식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낮은 수익률뿐만 아니라 복잡한 운용보고서나 은행과 증권 등 판매과점 등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금융당국 차원에서 판매와 운용, 사후관리, 규제완화, 과점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펀드종합대책을 9월 안에는 내놓을 계획입니다. 세제혜택이 있는 재형펀드 역시 세법이 통과하면 연내 시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본시장에 들어온 자금이 장기적으로 머무르게 하는데 재형펀드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손 실장=미국의 경우 가계자금이 펀드나 주식 등 자본시장으로 오는 경로를 보면 퇴직연금이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투자자들 가운데 40%가 퇴직연금 통해서라고 합니다. 따라서 펀드 등 자본시장을 확대하려면 퇴직연금의 역할에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퇴직연금과 자본시장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조 부원장=사실 국내의 경우 펀드를 장기적 자산형성의 수단으로 생각하는지 의문입니다. 국내 펀드의 주식종목 보유 기간이 평균 4개월에 불과할 정도니 말이죠. 장기적으로 볼 때 재산형성에 펀드가 유용하다는 투자자 교육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금융 중산층의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감안한 금융투자 정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와 정부 측에서 추진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강 부소장=무엇보다 혁신적인 금융상품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금융소비자들은 자본시장에 다시 유입될 수밖에 없죠. 2005년부터 적립식펀드가 등장하면서 펀드 시장확대에 큰 역할을 했듯이 말입니다. 금융당국도 혁신적인 상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제를 비롯한 제도적 지원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김 과장=재형펀드와 퇴직연금 등이 라이프사이클을 감안한 투자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 등 3층 구조의 연금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연금의 자산운용시장에 대한 역할 규정 등에 대해 보다 활발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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