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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시기에서 미국의 조이 칙과 마지막 스퍼트를 다툰 이강석(21ㆍ한국체대)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록(35초09)을 본 뒤 메달을 직감한 듯 양손을 번쩍 치켜 올렸다. 이어 전광판에 순위가 발표되면서 이강석의 이름 옆에 ‘3위’라는 표시가 떴고, 10여 명의 한국 응원단은 태극기를 흔들며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 획득에 갈채를 보냈다. 쇼트트랙에서의 ‘메달 편식’이 두드러진 한국 빙상이 올림픽 무대에서 무려 14년만이자 사상 단 2번째 스피드스케이팅 메달을 수확하는 순간이었다. 한국 빙속의 간판주자 이강석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토리노 오발링고토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일째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ㆍ2차시기 합계 70초43을 기록해 감격적인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이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92년 알베르빌대회 김윤만(남자 1,000m 은) 이후 처음이다. 이날 금메달은 1ㆍ2차시기를 모두 34초대에 주파한 칙이 합계 69초76으로 차지했고 러시아의 드미트리 도로페에프는 70초41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시기에서 같은 조 선수의 부정출발로 인한 스타트 부담에도 3위(35초34)에 랭크된 이강석은 30여분간 휴식을 마치고 다시 나선 2차 레이스에서 35초09를 기록, 천금 같은 동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2차시기 성적은 우승자 칙에 이은 두번째였고 은메달리스트 도로페예프에 불과 0.02초 뒤진 아쉬운 기록이었다. 경기 뒤 “0.02초 차이로 은메달을 놓쳐 아쉽지만 다 끝난 일이다. 동메달만으로도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고 활짝 웃었다. 이강석은 18일 1,000m에서 또 한번 메달에 도전한다. 한편 한국은 전날 쇼트트랙에서 안현수와 이호석이 금ㆍ은메달을 수확한데 이어 동메달을 추가해 대회 초반 메달 레이스에 탄력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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