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산업을 대표하는 ‘3인방’의 주가가 연일 동반강세를 보이면서 전기전자 업종의 2분기 바닥론에 부쩍 힘이 실리고 있다. 그 동안 이들 대형 IT주는 외국인의 매도가 집중되며 폭락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블록딜 성사,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 마무리에 따른 수급 상황 개선에 더해 본격적인 어닝 시즌을 앞두고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가파른 오름세로 반전, 주도주 부상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사흘 연속 오름세를 지속해 전 거래일보다 1만4,000원(2.46%) 오른 58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 동안 주가를 억눌렀던 채권단 물량 부담에서 벗어난 하이닉스는 이날 하루동안 무려 9.23%나 치솟아 단숨에 3만원에 육박했다. 2분기 실적 호조와 블록딜 성사라는 겹호재를 맞이한 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2거래일 동안 13% 급등한 2만9,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LG필립스LCD도 나흘 연속 상승세를 보여 전날보다 6.75%, 최저가를 경신했던 지난 21일에 비하면 17% 이상 오른 3만2,4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IT ‘3인방’의 이 같은 강세로 시장에서는 올들어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IT업종이 드디어 2분기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김장열 현대증권 IT팀장은 “모든 IT 종목을 일괄적으로 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들 3대 기업은 2분기에 바닥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하이닉스의 경우 1분기에 이미 바닥을 찍고 2분기엔 본격적인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펀더멘털에 대한 악재나 우려 요인이 있다면 블록딜의 할인율이 아무리 낮아도 매도물량이 나왔겠지만, 실적 모멘텀까지 확인됐기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 개선과 개별 실적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는 당분간 제자리를 찾기 위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2.4%나 감소할 전망이지만 3분기에는 2분기 추정치 대비 49.6% 증가한 1조9,000억원의 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시장에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지난 2월1일 74만3,000원을 고점으로 한때 55만원을 밑돌던 삼성전자 주가도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필립스LCD 역시 그 동안의 과도한 주가 폭락이 마무리되면서 ‘매수’ 추천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날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회사 주가가 바닥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그동안의 ‘매도’ 의견을 ‘매수’로 단숨에 끌어올렸고, 메리츠증권은 “LCD 가격이 3분기부터 안정세를 회복, 영업이익률이 2ㆍ4분기의 -15.7%를 저점으로 회복돼 4분기에는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LCD 업황에 대해선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민후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마철에 잠깐 햇빛이 든다고 장마가 끝난 것은 아니다”며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과잉공급과 재고조정 해소 여부가 확인되기까지는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의 폭락장에서 IT주가 심하게 다쳤기 때문에 주가 복원력이 빠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단기적인 매물 공백으로 인해 조금만 주식을 사도 급등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아직은 IT주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정책 시각이 확인되고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마무리와 함께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된다면 IT 대형주들의 주가가 가볍게 움직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주가 복원 이후 추가 상승이 가능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