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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같은 경제 책임져야(사설)

지난 16일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과 이란의 대전을 지켜본 국민들은 실망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반전까지만도 2대1로 앞서가던 한국이 후반들어 연속 5골을 먹은 이날 경기는 과거 50∼60년대 국제대회에 참가했을 때의 한국축구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이날의 경기내용은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한국경제와 여러면에서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경제는 눈덩이같이 불어나는 외채와 국제수지적자로 곤경에 빠져 있다.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은 다양하나 사회전체에 기가 빠져 있다는 데 모아진다. 한국축구는 월드컵대회 연속 3회출전, 월드컵대회유치, 프로축구의 융성 등 외형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다. 이를 경제상황에 대입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11위의 교역국이 되었다거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 진입 등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같은 외형적인 성과에 도취해 남들로부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흥청망청 거품경제속에 빠져들었다. 자만과 나태에 빠진 한국축구도 돈과 인기에만 신경을 썼지 체력의 기초인 훈련을 등한시 했다. 월드컵대회유치나 출전이 아시아 최강, 세계수준의 실력을 보장이나 해주는 것인양 착각에 빠져 있었다. 경제로치면 경쟁력강화 대신 과소비열풍에 휩싸인 꼴이다. 월드컵출전은 경제로 말한다면 OECD가입 쯤으로 비교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월드컵 출전은 16강진출이 「신화」로 여겨질 정도로 세계의 두꺼운 벽만 실감시켰다. 지거나 잘해야 비기는 수준이었고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우리 경제가 OECD에 가입했지만 선진국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는 현실과 흡사하다. 이란의 감독은 한국과의 대전에 앞서 『한국팀은 더이상 아시아 최강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의 4마리 용중 하나로 각광을 받았던 한국은 이제 이무기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모멸적인 평가에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선진국 문턱을 넘기도 전에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조차 추월을 당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다. 우리 경제가 이처럼 추락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역적자에 있다. 그 책임은 경제주체 모두가 져야 할 것이지만 정부의 정책오류 책임은 그중 가장 무겁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오늘의 결과를 빚었음에도 책임을 지는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한국축구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수술정도가 아니라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경제를 살리는 것은 한국축구를 세계최강으로 만드는 것에 비길바 안되는 지난한 과제이나 그 방법 만큼은 차이가 없다. 한국축구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감독도 선수도 바꿔야한다는 인책론이 빗발치는 마당에 나라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정부가 책임을 안지고 이 해를 넘긴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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