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창 퍼시스 회장이 팀스를 종업원지주회사로 바꾸면서 조달시장 퇴출 위험을 배려하지않고 팀스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지분을 비싸게 팔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명 '팀스규제법'이라 불리는 판로지원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팀스는 '위장 중소기업'란 이유로 조달자격을 잃게 돼 주식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손 회장은 시가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매도, 결과적으로 주식을 떠안은 팀스 임직원들의 큰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우리사주를 내세워 가뜩이나 불안한 팀스 직원들을 볼모로 잡고 자신은 현금을 미리 챙겨 손해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팀스의 기존 최대주주인 손 회장과 퍼시스 관계사 시디즈, 일룸, 바로스는 지난 1월27일 지분 21.0%(42만주)를 팀스 우리사주조합(12.0%)과 권광태 팀스 대표이사(3.0%), 이상배 상무(3.0%), 윤기언 상무(3.0%)에 각각 장외매도했다. 앞서 같은달 13일 손 회장 등은 팀스 지분 전량(65만366주, 지분율 32.52%)을 올 1ㆍ4분기내 우리사주조합, 임직원, 가구관련단체 등에게 증여ㆍ기부 또는 매각하겠다고 공시했다.
팀스가 '위장 중소기업' 논란이 불거지자 퍼시스측이 이를 불식시키고자 지분 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팀스를 종업원지주회사로 돌려 퍼시스와는 표면적으로 관계가 없는 회사로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대해 가구업계 안팎에서는 손 회장이 주식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팀스 임직원에게 넘겼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는 100% 조달에 의존하는 팀스의 조달 참여를 금지하는 판로지원법 개정안이 만들어져 국회상정을 앞둔 상태였다. 현재 이 법은 지난달 13일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실제로 손 회장은 우리사주조합에는 1주당 1만원, 임원 3명에게는 1주당 1만550원에 주식을 팔았다. 이는 매각 바로 전날 종가(1만950원)보다 고작 8.68%, 3.65% 정도만 할인된 수준이다. 개정 판로지원법이 이번이나 차기 국회에서 통과되면 팀스는 당장 내년부터 조달시장을 떠나야 한다. 8% 가량의 할인율은 이런 심각한 리스크를 거의 반영하지 않은 가격산정이라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이번 매각으로 손 회장은 16억원 이상의 현금을 고스란히 확보했다. 반면 팀스 임직원들은 판로지원법 시행에 따른 주가급락 리스크를 모두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팀스 주가는 7일 9,140원까지 떨어져 팀스 임직원들은 이미 장부상 큰 손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우리사주조합과 임직원들이 주식 매입에 사용한 42억9,900만원은 모두 차입으로 조달됐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해 3ㆍ4분기 기준으로 팀스 직원 수는 139명으로 임원들과 일반 직원들은 각각 1인당 평균 6억3,300만원과 1,727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팀스의 종업원지주회사 전환을 할 것처럼 선언해 놓고 실제로는 임직원들에게 할인이 거의 안된 가격에 주식을 팔아 업계에서도 욕심을 과하게 부린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며 "팀스 내부에서도 표출은 안 됐지만 매각 전부터 개별적으로 가격에 대한 불만이 꽤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팀스가 조달시장에서 퇴출되더라도 조달시장 전체 규모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영업능력을 가진 팀스 직원들에 대한 시장 수요가 많은데 우리사주 때문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가구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는 "팀스 사원들은 조달 부문에서 강력한 영업망을 쥐고 있어 누구나 탐을 낼만한 일류 직원들이다"라며 "하지만 종업원지주회사 전환으로 팀스 존속에 대한 책임을 모두 떠안게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퍼시스 측은 손 회장 지분 처분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퍼시스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취득한 현금과 팀스 거취 문제 등 모든 사안은 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된 뒤 고민해도 늦지 않다"며 "직원들이 불안해 하는 상황이므로 관련해서는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