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롱쇼트펀드가 운용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독식하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트러스톤운용이 자금 유출의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미래에셋운용을 비롯한 주요 운용사의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면서 롱쇼트펀드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설정된 '미래에셋스마트롱숏50(주혼)'으로 현재까지 993억원, '미래에셋스마트롱숏30(채혼)'으로 92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펀드 설정 이후 불과 4영업일 만에 미래에셋운용의 공모형 롱쇼트펀드로 무려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온 것이다. 유입 금액중 절반 이상이 일반 투자자들이 넣은 리테일 자금이며 일부 기관투자가가가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한꺼번에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운용의 롱쇼트펀드로 단시간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최근 트러스톤운용에서 영입한 김주형 LS(롱숏)본부장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 본부장은 트러스톤운용 근무시절 '다이나믹코리아'시리즈로 국내 롱쇼트펀드 붐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지난 1월 말 트러스톤운용을 퇴사한 뒤 올해 3월부터 미래에셋운용에 출근해 '스마트롱숏50' '스마트롱숏30'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반면 롱쇼트펀드의 절대강자였던 트러스톤운용은 김 본부장 퇴사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다. 트러스톤의 대표 롱쇼트펀드인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자[주혼]A'에서 2월 이후 874억원이 순유출됐다. 여전히 설정액은 9,100억원대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환매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트러스톤의 롱쇼트펀드를 집중 팔았던 삼성증권 측은 "다이나믹코리아50 펀드 설정액이 1조원에 가까워 운용 유연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지난달부터 추천상품 리스트에서 제외했다"며 "운용역도 교체돼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에서 빠져나온 일부 자금은 다른 운용사의 펀드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롱쇼트펀드 2인자인 마이다스자산운용의 '거북이' 시리즈로 2월 이후 3,4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마이다스운용은 대표 롱쇼트펀드인 '거북이90'의 설정액이 5,000억원 넘게 커지자 지난 17일부터 잠정 판매 중단(소프트클로징)한 상태다. 이 밖에 'KB코리아롱숏'으로 연초 이후 104억원이 들어온 것을 비롯해 '신한BNP파리바코리아롱숏(82억원)' '대신멀티롱숏(142억원)' 등으로 자금이 순유입됐다. 또 한국물을 비롯한 아시아를 대상으로 롱쇼트전략을 펼치는 '한국투자아시아포커스롱숏(226억원)' '신한BNPP아시아롱숏(H)(116억원)'으로도 2월 이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에 대한 수요가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수익이 났던 트러스톤운용의 펀드에서 빠져나와 다른 펀드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여기에 미래에셋운용이 김주형 본부장을 앞세워 롱쇼트펀드 시장에 본격 뛰어든 만큼 롱쇼트펀드 시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