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뒤에는 우리가 있다’ 충무로가 ‘왕의 남자’ 관객 1,000만 돌파에 흥분하고 있는 가운데, 코미디 영화 ‘투사부일체’가 조용하지만 뜨거운 흥행몰이에 한창이다. 12일 ‘투사부일체’ 제작사 시네마제니스에 따르면, ‘투사부일체’는 지난 1월 19일 개봉한지 25일만에 전국관객 570만명을 동원했다. 지난해까지 코미디영화사상 최고 흥행작이였던 ‘가문의 위기’(2005년ㆍ560만명)을 단박에 뛰어넘는 코미디영화 최대 관객 기록. 한국영화 전체 흥행기록으로 봐도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ㆍ600만명)의 뒤를 잇는 역대 8위다. 전편인 ‘두사부일체’의 흥행기록(340만명)을 넘어선 건 이미 오래전이다. ‘투사부일체’의 흥행코드는 전형적인 ‘욕하면서 보는 영화’에 있다. 개봉 전 평단으로부터 ‘3류 저질영화’라는 저주에 가까운 혹평을 받았지만, 애초 이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평론가들의 거룩한 평가’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데인저’(danger)를 ‘당거’로 읽고, ‘여권’이라는 뜻의 ‘패스포트’(passport)를 양주로 이해하는 수준의 유머로 일관하지만, 관객들은 유치한 농담을 황당해 하면서도 화끈한 웃음으로 받아들였다.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의 기존 흥행코드에 벗어난 신선함으로 관객의 지지를 얻었다면, ‘투사부일체’는 조폭 코미디라는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코드를 한 치의 벗어남도 없이 따라가면서 관객들에게 ‘익숙함의 즐거움’을 안겨줬다. 지난해 블록버스터 ‘태풍’의 저조한 흥행으로 큰 상처를 입은 CJ엔터테인먼트에게 이 영화의 흥행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다. CJ가 배급한 ‘투사부일체’가 전국 600만 관객을 넘어설 경우,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가 세운 자사 최고 흥행기록을 6년 만에 갈아치우게 된다. ‘왕의 남자’(시네마서비스 배급)나 ‘태극기 휘날리며’(쇼박스 배급)이 자랑했던 이른바 ‘웰 메이드’(well-made) 면에서는 낯이 안 서지만, 어찌됐든 돈벌이 효자 노릇 하나만큼은 톡톡히 해낸 복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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