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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해명 미흡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14일 대북송금 의혹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법 테두리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면서 송금과정의 불법성을 시인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청와대비서실장과 임동원 대통령외교안보특보(2000년 6월 송금 당시 국정원장)가 배석해 보충설명을 하는 가운데 이뤄진 김 대통령의 담화발표는 현대상선의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가 아니라 현대그룹의 30년 대북사업 독점권에 대한 대가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치중됐다. 임 특보가 밝힌 새 사실은 국정원이 지난 2000년 6월 현대상선의 2억달러 대북송금을 위한 환전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과 현대그룹이 독점사업 대가로 5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이 된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 대출과정의 위법성 부분과 5억달러가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사실을 해명했다기보다는 정부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 자금은 어차피 사업의 대가인지 정상회담의 대가인지를 가려내기가 어렵게 돼 있다. 두 측면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박지원 비서실장은 싱가포르에서 북측의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예비접촉을 가질 때부터 현대 경영진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남북관계에서 차지한 현대의 역할로 볼 때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현대의 도움을 받았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사안은 아니다. 최소한 사안의 양면성만이라도 인정한 다음 현대의 무리한 대북사업을 부추겨 기업의 부실을 초래하게 한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또한 앞으로 남북관계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도 사실규명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시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남북관계에 미친 순기능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대북지원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북한은 남측의 정부나 기업이 북한을 돕기 위해 벌이는 사업에까지 터무니없이 대가를 요구하면서도 남측의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남측의 분별없는 뒷돈제공이 북한을 오도한 측면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북한핵 문제로 남한이 처해 있는 곤경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야당에서는 사실규명을 위한 특검제 관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이 문제를 실정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리고 범죄확정 문제에서도 관련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이는 북측 관계자에 대한 대질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특검제를 동원하더라도 이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이 사건의 최종적인 해법은 국민여론을 반영한 정치적 판단에 맡겨져야 할 것이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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