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5조원에 달하는 금 거래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금 현물 거래 시장 개설이 사실상 오는 2014년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거래 양성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지경부에서 입법예고한 '일반상품거래법'이 국회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여전히 지경부 법제처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 현물시장을 개설해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하려 했던 거래소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와 거래소는 최대한 빨리 금 시장이 출범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지경부 관계자는 "당초 올해 초 개설이 목적이었지만 법안 문제로 2013년 상반기로 미뤄졌다"며 "최대한 빨리 국회에 제출해 금 현물시장을 출범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도 "법안만 국회에서 통과되면 최대한 2013년 안에 금을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서두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금 현물시장이 아무리 빨라도 2014년 이후에나 개설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현재 정부는 아직 국회 상정 시기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법이 국회에 가기 위해서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관련법을 입법예고한 후 규제심사위원회에서 검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대통령 재가를 마친 후 국회에 제출한 뒤 출범까지는 1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련법이 간신히 국회에 상정돼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재정 등의 법적 절차가 남은 데다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6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여건상 내년 안에 실시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거래소 관계자는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4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전산개발업체에 발주하기 위해 공개 입찰까지 진행 시간 2개월가량을 더하면 6개월은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운송보관창고를 지정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 금 현물시장 출범 과정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 현물시장 개설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동안 금 선물과 미니 금 선물시장은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로 전락한 상태다. 거래소에 따르면 24K가 1㎏ 단위로 거래되는 금 선물 거래는 올 들어 단 한 건의 계약도 없었다. 100g 단위로 거래되는 미니 금 선물도 올해 초 하루 1,000계약 수준에서 최근 100계약 미만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선물 거래는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를 예측하고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필요한 시장"이라며 "선물만 있는 경우 서로 헤지가 안 되기 때문에 거래하기 까다롭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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