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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변화의 뒷면
입력2002-11-04 00:00:00
수정
2002.11.04 00:00:00
북한 경제시찰단이 돌아갔다.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시찰단장인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이 굳이 '고찰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데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은 남한경제의 힘과 저변에 대해 감탄과 부러움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이것은 북한이 그만큼 경제발전의 모멘텀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개성공단의 연내착공 소식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신의주특구가 양빈의 몰락과 함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에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북한은 어찌 됐든 변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정치질서와 경제구조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동북아 뉴딜플랜'가동됐다 '연내 북ㆍ일 수교합의' '연내 경의선ㆍ동해선 연결구간 착공' '2003년 1월 러ㆍ일 정상회담 개최'.. 지난 9월 한꺼번에 터져 나왔던 메가톤급 뉴스의 제목들이다. 그 이후 북한의 핵개발과 일본인 납치 시인으로 주춤거리고 있지만 기본적인 흐름이 뒤틀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 합의 뒤에는 북한ㆍ일본ㆍ러시아 3개국간 '경제적 이익의 극대화'라는 연결고리가 숨어 있는 까닭이다. 사실 이 흐름은 DJ정부의 햇볕정책을 등에 업은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본은 거대한 신규수요 창출이 가능한 '아시아판 뉴딜플랜'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명료하다. 잘 알다시피 일본의 경제사정은 최악이다. '잃어버린 12년'은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인 제조업의 경쟁력에 힘입어 이나마 버티고 있지만 금융 부문의 개혁 없이는 한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다케나카 헤이조의 금융개혁은 칼을 빼보기도 전에 좌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서고금의 지도자들은 얽히고 설킨 사정으로 내부개혁이 어려울 때 바깥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일본의 선택 또한 마찬가지다. 더욱이 일본정치를 떠받치는 물적토대가 건설산업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훨씬 이해가 쉽다. 주변국 기대이익 엄청나 러시아에서 중국ㆍ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이르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건설, 함께 형성될 정보통신 네트워크, 도로ㆍ교통 인프라 프로젝트, 그리고 중국의 서부대개발 등 신규투자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환경조건도 최적이다. 환동해권만 해도 인구 4억명에 이르는 시장과 잘 교육받은 인력, 첨단기술, 그리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동북아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경제활동이 왕성한 곳이다. 세계경제의 유일한 성장엔진인 미국경제가 주춤거리는 상황에서 제2의 동력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계획의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는 주변 각국이 이 계획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TKR와 TSRㆍTCR의 연결이 단적인 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개발을 통한 독자적 경제재건이 가능해지고 중국도 동해안의 철도망을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멀리 싱가포르까지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이 야기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천문학적이다. 정ㆍ재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단지 문제가 있다면 미국의 태도다. 지난 45년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미국은 지금 빠르게 재편되는 동북아의 정치질서를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다. 최근 북한 핵개발로 대표되는, 뭔가 삐걱거리는 듯한 분위기에는 이런 상황이 가져올 영향력 감소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태도변화가 시사하듯 미국도 동북아에서의 대규모 신규수요 창출이 궁극적으로 자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환경, 그리고 그것을 조율하는 경제여건의 변화가 숨가쁘다. 이 흐름을 놓치면 우리는 세계사의 전면에 나설 기회를 영영 잃는다. 북한의 변화를 좀더 큰 틀에서 살펴봐야 할 절박함이 여기에 있다. /이종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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