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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감연보균자 300만명시대의 과제] 1. 건보... 무엇이 문제인가 [中]
입력2003-08-10 00:00:00
수정
2003.08.10 00:00:00
박상영 기자
“B형간염 치료제(제픽스)의 보험 인정기준과 수혜기간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현행 건강보험 규정에는 B형 만성 간염 환자 중 e항원이 양성인 환자만이 1년간만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e항체가 양성인 만성 간염 환자도 효과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e항체 양성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 혜택을 주는 것이 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바람직합니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고광철(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염은 단기간에 치료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유일한 치료제라고 할 수 있는 제픽스의 경우 장기간 사용해도 약제를 중단하면 재발하는 환자가 많으므로 보험혜택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현행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건강보험역시 무엇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운용,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나 흔한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약7% 정도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만성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0.2%, 일본 2.0%에 비해 상당히 높다.
-다른 나라보다 B형 간염 환자가 많은 이유는.
▲B형 간염은 세계적으로 지역과 민족에 따라 빈도의 차이를 크게 보인다. 우리나라에 B형 간염이 많은 것은 지역적 혹은 민족적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주된 전염 경로는.
▲혈액은 물론, 여러 가지 체액(정액, 질의 분비물, 모유, 눈물, 침 혹은 상처의 진물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전염력은 AIDS보다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악수나 가벼운 뽀뽀, 보유자가 요리한 음식, 감염자와의 대화, 재채기 혹은 기침 등 일상적인 접촉만으로는 옮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만연되어 있는 지역은 출산을 전후한 시기에 가족에게 전염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취학을 전후한 시기에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이 만성화 되나.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일단 감염된 사람이 만성화 될 가능성은 감염될 당시의 나이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다. 즉 출산 후 아기 때 감염되면 약70~90% 정도, 어린이 때는 25~50%, 그리고 성인은 10%가 만성화된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다고 모두 간염이 있나.
▲아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자신이 번식하고 있는 간세포를 직접 파괴하지는 못한다.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번식하고 있는 간세포를 내 몸의 파수꾼인 면역세포가 공격함으로써 일어난다. 실제 바이러스를 갖고 있어도 간에 염증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바로 `B형 간염 바이러스 건강 혹은 무증상 보유자`이다.
-만성화된 사람의 경과는?
▲간염은 간염 바이러스가 번식하는 간세포를 내 몸의 파수꾼인 면역세포가 공격을 함으로써 일어나는 전쟁으로 비유될 수 있다. 출산을 전후해 감염된 환자의 대부분이 이러한 전쟁이 한동안 시작되지 않고 간염 바이러스만 번식하는 건강 혹은 무증상 보유기를 지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보통 20~30대) 전쟁이 시작되어 만성 간염을 앓게 되며 이들 중 일부는 우여곡절 끝에 전쟁이 성공적으로 끝나 간염 바이러스는 숨고 간의 염증은 사라진다. 그러나 전쟁의 성패 여부와는 관계없이 전쟁터인 간에는 심한 흉터가 남을 수 있는데 이 흉터는 간 전체에 남는다. 때문에 간은 단단하게 굳게 되는데 이 상태가 간경변이다.
-모든 만성 간염환자가 간경변이 오나.
▲그렇지는 않다. 간경변이 오는 것도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간염이 심할수록, 오래 지속될수록 간경변이 올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간암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높다는데….
▲그렇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만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약 100배 정도 간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흡연이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4~5배 전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어떻게 진단하나.
▲B형 만성 간염의 진단은 혈액에서 간 기능검사 및 간염바이러스검사를 하고, 초음파 촬영을 통해 간의 영상을 검사해 진단을 내린다.
-생활하는데 주의점은.
▲만성 간염 환자의 생활은 크게 2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자신의 병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생활을 하려면 영양가 있고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일상적인 업무 및 가벼운 운동은 제한할 필요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간 혹은 몸에 좋다는 여러 가지 민간 요법이나 한약제가 많은데, 이러한 약제 중에는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이 전무하다. 이들을 남용 혹은 오용할 경우 심각한 간 손상이 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투약법이 확립된 것이 아니라면 복용치 않아야 한다.
감기 등의 질환으로 투약이 필요한 경우에는 인근 병-의원에서 도움을 받으면 된다. 부득이한 경우라도 음주는 맥주 680cc, 포도주 280cc, 양주 80cc 이상은 넘지 않도록 한다.
또 자신의 병을 남에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하려면 가족들은 모두 감염여부 확인 후 백신을 주사하도록 하고, 면역이 없는 배우자와의 부부관계 때에는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도기, 칫솔 등은 같이 사용하지 말고 아이에게 씹은 음식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감염자가 음식을 요리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는 없으며 한 그릇의 음식을 같이 먹을 때에는 따로 덜어서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식기를 따로 소독하거나 설거지할 필요는 없다. 술잔을 돌린다고 하여 B형 간염이 전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생상 잔을 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B형간염 치료와 관련, 건보 등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할 점은.
▲치료제의 인정기준과 기간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치료기간은 환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데 이것을 무조건 한 가지로 묶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전적으로 전문가인 의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그나마 평생 1년의 건보혜택도 e항원이 양성인 환자만이 해당되는데, e항체 양성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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