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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부동산 투자

◎태국은 빈 건물,부실채권 및 부도로 표류하고 있다. 방콕당국은 위기가 경제파탄으로 악화되기전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까.방콕 중심가에서 수㎞ 떨어진 텅빈 들판과 고속도로 위로 유리와 콘크리트 합성물인 무앙 통 타니 탑들이 나타난다. 지난 10년간 태국 고속성장의 상징물들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12동의 30층건물들은 파산과 금융산업의 붕괴를 몰고온 부동산투기붐 이면의 약속처럼 텅비어있다. 한때 떠들썩한 위성도시였던 이곳의 도로들은 인적이 드물고 문은 잠겨있으며 유리창속의 가게들은 먼지만 날리고있다. 알폰소 로모나코 『밤에는 유령촌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자동차를 주는 당시 유행했던 판매광고에 이끌여 2년전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러나 점차 그같은 파격적인 제의는 많은 고객을 끌지못했다. 거주 건물 1층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중인 로모나코는 이웃을 별로 만나지못한다. 그는 『25층에 한명이 살고 5층에 한명이 있음을 알고있다』며 『건너편 저 건물에는 한명만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외로운 임차인은 태국 부동산시장 문제의 축소판이다. 주택, 아파트 및 오피스빌딩과 상가를 건축하더라도 분양희망자가 없는 것이다. 방콕에는 거의 40만개 미분양 주택이 있으며 더 많은 건물의 공사가 진행중이다. 부동산과잉공급과 무앙 통 타니같이 거창한 무용지물들은 증시에서 정부 그리고 고객들이 최근 수십억바트를 인출, 곤경에 빠진 금융회사들의 창구에까지 나타나고있는 태국 경제침체를 말해주는 가장 생생한 몇가지 실태에 불과하다. 암누아이 비라반 재무장관은 최근 태국금융인과의 모임에서 『8% 성장률을 잊어야한다』며 『그런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온 나라가 이제 호시절은 끝났다는 인식에 빠져들고있다. 모건 스탠리의 경제전문가는 10년간 지속된 8% 성장률이 올해는 5%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수출은 지난해 실질적으로 하락, 매년 20% 이상 확대한 과거와 비교됐다. 또 국내총생산(GDP)이 급증할때도 태국회사들의 이익증가는 대개 고정되거나 감소했었다. 동남아의 다른 「호랑이」경제들처럼 태국의 경제성장은 실질이윤보다는 잘 살아보자는 의욕에 의해 지속된 측면이 강했다고 아시아 에쿼티 타일랜드사의 롭 콜린스 연구담당 부사장은 지적한다. 『고수준의 투자는 고속성장을 유발했고 높은 성장률은 더 많은 투자를 유인, 고도성장을 가속화했다』 콜린스는 여전히 대출에 열심인 모든 투자회사들에게 『중단하라』고 충고한다. 물론 5% 성장이 많은 국가들에게는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태국경제계는 고속성장에 익숙해져 허리끈을 졸라맬 태세가 되어있지 않다. 걱정스러운 것은 성장률하락으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실업률상승이 촉발되리라는 점이다. 태국도 섬유 신발 등 저임금업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를 건설했다. 현재 태국은 베트남과 같은 후발국의 도전에 직면해있으며 교육제도상의 문제점으로 고도기술인력을 양성치못해왔다. 희소식은 태국이 전자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산업을 유치하고있는 점이다. 미셸 캉드시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태국은 어려운 국면을 맞고있다』며 『무역적자가 지나치게 악화됐고 금융기관들이 엄격한 감독과 규정대로 운영되지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은 음울하다. 방콕 최대 부동산회사인 솜프라송 랜드는 8천만달러 규모 유로본드의 부도를 냈다. 태국최대 금융회사인 파이낸스 원은 3월초 태국 12위은행에게 흡수됐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직후 태국정부는 10개 소형 금융회사에 대해 유동성부족 해결을 위해 3억1천8백50만달러를 공동 조달하도록 지시했다. 다른 모든 은행과 금융회사들은 부실대출을 메울 추가자금을 별도로 확보하도록 지시받았다. 진짜 충격은 휘청거리는 증권거래소가 은행의 지불준비에 대한 새로운 공식지침을 기다리면서 은행 및 금융회사의 주식거래를 사상최초로 하루 중단한 3월3일 발생했다. 그것은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뿐이었다. 3월6일 태국증권거래소 주가지수는 폭락, 4년래 최저치를 보였고 지난주 695로 마감했다. 이는 3년전보다 45% 떨어진 것이다. 하루동안 거래가 정지되자 태국 금융기관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고객들은 초조한 나머지 8억달러를 인출해갔다. 태국의 한 오락기업 임원은 『사람들이 모두들 불안해하며 자신의 자금을 인출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심하고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나서 상황을 돌려놓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정부의 선택폭은 한정돼있다. 차발리트 용차이유드 총리는 정부가 모든 것을 처리할 수있다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해만 4명이 재무장관직을 맡는 등 최근의 정치불안에다 정부가 문제를 피하고 밀실거래 행태를 보임에 따라 투자자들은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통상 이자율을 낮춰 투자를 촉진해야한다. 그러나 평가절하돼온 바트화를 지지하기위해 정부는 이자율을 높게 유지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GDP의 8%가 넘는 태국의 높은 경상적자는 바트의 경쟁력을 하락시키고 있을뿐 아니라 태국경제의 최대난제중 하나다. 바트가 평가절하되면 수출이 늘어나지만 부동산개발업자같은 이들에겐 심각한 타격이 된다. 그들은 달러표시 부채를 갖고있는 반면 수입은 바트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암누아이 재무장관은 수출이 지난해의 부진에서 빠져나올것으로 보고 바트를 지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있다. 일부 불만스런 부분이 있었지만 새로운 금융규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3월초 한때 「3­K 갱(K자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3대 태국 금융가)」이 주가와 외환시장을 조작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차발리트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갱이 존재한다면 처벌받아야한다고 시사, 그 음모론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아셋 플러스증권 사장이자 소문의 대상인 「Ks」의 일원인 콩키아트 오파스웅칸은 『이 시장에서 잘 알려진 사람들은 이처럼 근거없는 소문으로 타격을 받는다. 오래 있을수록 이 시장은 점점 더 어린애가 돼간다』고 말한다. 지금 문제는 정부의 최근 조치가 좀더 성숙하고 안정된 시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냐 하는 것이다. 지난주 내각은 부동산대출관리기구를 창설, 어려움을 겪고있는 부동산회사들이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했다.『부동산 대출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것은 미래에 부동산회사들에게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렝차이 마라카논다 중앙은행 총재는 말한다. 많은 분석가들은 태국의 91개 금융회사들을 구제하지 말고 상당수를 도산시키거나 나머지는 강한 금융기관에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또한 예산을 9% 삭감, 수년째 계획단계에 머물러있는 제2국제공항과 같은 대규모 지출사업을 연기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태국은 특히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같은 여타 동남아시아국가가 직면하고있는 문제를 공유하고있다. 사람에 비해 부동산이 너무 많은 것이다. 무앙 통 타니에서 그 문제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정유회사에 다니는 촉차이 찬타나위와추트(47)는 3년전 3만달러에 45평방미터 크기의 아파트를 샀다. 현재 그는 세입자를 찾으려고 애쓰고있다. 그는 방문객에게 『원하면 팔겠다』고 말한다. 11층 건물의 꼭대기 5개층은 비어있다. 그가 산 아파트와 비슷한 근처의 17개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촉차이는 공허하게 장밋빛 전망들을 늘어놓는다. 정부부처가 아파트 한 동을 샀고 그것을 부처직원들에게 팔것이라는 등, 한 민간업체가 이곳에 카지노를 세울려고 한다는 등, 수백명의 홍콩 이주민들이 입주할려고 하고있다는 등. 그는 『이익을 낼 것이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그의 방문객이 떠나려하자 촉차이는 마지막 제안을 한다.『집을 원합니까. 빌려줄 집이 있습니다. 도시주택도 있고 또다른 아파트도 있습니다』.<방콕/팀 래리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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