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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성직자

한때 성직자들에게도 갑종근로소득세를 물려야 하느냐라는 논쟁도 아닌 논쟁이 있었다. 누구나 소득이 있다면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성직자들이 교회로부터 정확하게는 불특정 다수인 신도들이 내는 헌금으로부터 받는 사례가 `근로소득`이냐라는 개념에 대해 이의가 제기됐다. 교회가 사용하는 용어도 `은급` 또는 `목회활동비` 등등 다양하게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법에 의하면 정기적으로 받는 모든 `수입`은 과세의 대상이기 때문에 교회가 어떤 명목으로 지급하던 그것이 월정이라면 반드시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회일각에서는 성직자(이것은 기독교나 불교를 막론하고 종교일반에 해당한다)가 갖는 사회적인 `소금`의 역할과 적어도 개인 이익이나 치부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익을 위한 지도적인 활동을 고려할 때 일반인들과 같이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잃는 것이 아니냐 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앞에만 가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옛날의 고승들이나 이름만 대어도 존경의 마음을 금할 수 없는 훌륭한 성직자들을 생각하면 이런 주장에 수긍이 갈 수 밖에 없다. 최근 한 통계에 의하면 교회의 목사님들에게 드리는 연봉이 일년에 2,000만원이하가 50%가 넘는다고 한다. 외국 같으면 목회에 직간접으로 필요한 경비를 모두 세금감면하기 때문에 실제로 세금을 내는 성직자가 거의 없지만 우리의 경우 연봉 자체만으로도 세금감면자에 해당하는 것을 보면 세금여부를 떠나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만한 대형교회에서 엄청난 연봉을 받는 목사님들도 있고, 돈이 너무 남아돌아 부동산을 사다가 횡령혐의를 받고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이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성직자가 여전히 `가난한 주님의 종`이라는 사실이 그래도 우리에게 든든한 언덕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이웃을 위하여 사랑과 나눔을 설교할 때 그 소리가 힘이 되고 또 세상을 일깨울 수 있는 맑음이 된다. 가난하게 살 줄 아는 지혜가 오히려 이 세상을 부유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이웃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는 것은 어떨까. <이재정(국회의원ㆍ민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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