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인터넷 등을 통해 상품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는 '똑똑한' 요즘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낡은 사고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꼭 대형매장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 제품도) 상품성만 있으면 얼마든지 판매 루트가 열린다"며 "경쟁력 없는 상품을 무조건 백화점에 들이민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미 소비자들은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뛰어난 품질을 갖췄다면 이를 스스로 찾아 인기상품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국내 시장을 평정한 락앤락의 밀폐용기와 스팀청소 붐을 일으킨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청소기가 대표적이다.
지난 1998년 밀폐용기 제품을 내놓으며 당시 치열했던 주방용품 시장에 처음 뛰어든 락앤락은 우선 해외 시장에서 뛰어난 품질을 검증 받은 후 국내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지난해에는 4,7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01년 스팀청소기 '스티미'를 출시한 한경희생활과학 역시 무릎 걸레질에서 주부들을 해방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순전히 주부들의 입소문만으로 5년 만에 연매출 5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결국 공정위와 유통센터는 이런 소비자들의 안목은 아랑곳하지 않고 중기 제품 구매를 시장에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유통센터가 운영하는 서울 목동 소재의 '행복한세상' 백화점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1999년에 문을 연 후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중소기업 제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칠 뿐 실제 인근 상권에서 유의미한 업태로 자리잡기에는 한참 역부족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물론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라는 기본 취지도 중요하지만 이는 지금처럼 단순히 매장을 확보하는 방식만으로는 제대로 달성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몇몇 특정 중소업체의 판로를 뚫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며 "잠깐의 가시적인 성과는 낼 수 있겠지만 과연 중소기업 전체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결국 지금의 '대증요법'보다는 판로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품질 좋은 물건을 적기에 납품할 능력만 갖추고 있으면 유통업체들은 언제든지 환영이라는 입장"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이런 요건을 갖추게 역량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높여주고 제대로 납기를 맞출 수 있도록 물류시스템을 보강해주는 등의 방안이 무턱대고 매장을 열어주는 지금의 정책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것. 김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협동화사업 등으로 상품의 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대형유통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해외 시장 진출로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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