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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류국수전 우승 루이나이웨이9단
입력1999-07-22 00:00:00
수정
1999.07.22 00:00:00
최형욱 기자
『한국 여류기전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한국 여류기사들에게 감사드립니다.』흔히 「반상의 마녀」로 불리는 중국 국적의 루이나이웨이(36)9단이 16일 제6기 여류 프로국수전에서 이지현초단을 종합전적 2대0으로 제압하고 우승컵을 움켜쥐었다. 지난 4월 국내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3개월만의 성과이다.
『한국에는 이창호·유창혁·조훈현 등이 있고, 신예들도 바둑을 잘 둬요. 세계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바둑을 둔다는 게 너무 좋아요.』
21일 한국기원에서 만난 루이9단이 연신 겸손한 대답을 이어간 것은 아픈 사연이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다. 루이9단은 보해컵 여자바둑대회에서 3차례 우승했고, 86~89년 중국 여자개인전을 4연패했을 정도로 바둑 강자다. 92년 제2회 응씨배에서는 이창호6단마저 꺾고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실력이 뛰어난 것도 흠이 되나보다. 루이9단은 10년동안 일본·한국 바둑계의 문을 두들겼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너무 강해 싹쓸이 염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때 패기만만한 한국 여류기사들이 나섰다. 주로 20대인 그들은 루이9단을 흔쾌하게 받아들이면서 한번 겨뤄보자고 나선 것.
『한국 여류기사들은 환경이 좋아요. 남자 신예기사들이 바둑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고요. 대부분 나이가 어리고 싸움바둑을 선호해 발전가능성도 큽니다. 앞으로는 제가 상대하기 벅찰 것 같아요.』
그러나 루이9단의 말과는 달리 그는 한국에서 거의 무적을 자랑한다. 지난4월 LG배에 첫 출전한 이래 공식전적은 12승1패. LG배 예선에서 최명훈7단에게 한번 졌을뿐이다. 이지현초단, 윤영선2단 등 여류기사들은 물론 남성기사들도 루이9단의 제물이 되었다. 국수전 2차예선에서 최문용2단, 유재형3단에 이어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는 유창혁9단도 무릎을 꿇었다. 첫패배를 안겨준 최명훈도 예선 결승에서 쓴맛을 봤다.
『일본은 모양을 따지고, 중국은 실리를 중시합니다. 한국은 두가지 모두를 갖췄지요. 기사로는 조훈현9단과 이창호9단을 존경합니다. 특히 이창호는 바둑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 기사들에게 자신의 연구 성과를 아낌없이 전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대세관이 없다』는 자신의 고백처럼 루이9단의 기풍은 난전을 유도하는 공격형 바둑. 이때 「평소에도 그렀냐」고 짖궂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에대해 그는 웃으면서 『아주 평범한 성격의 여자』라고 대답했다. 「자신의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연달아 묻자 『뿌하오 뿌하오(不好·좋아하지 않는다는 뜻)』를 연발하더니 『좋은 별명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루이9단과 남편 장주주(江鑄久·37)9단의 부부애는 소문이 나 있다. 지난 89년 천안문사태때 북경대생이던 장9단이 시위에 동참하고, 루이9단도 시위용 플래카드 제작에 구호를 써넣은 게 문제가 돼 10년동안 망명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92년 일본에서 결혼한 이들 부부는 「361로의 승부」를 찾아 전세계를 떠돌아다녀 「바둑 집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얼마나 바둑에 목말랐는지 지난 4월 한국에 도착했을 때도 공항에서 한국기원으로 직행, 곧바로 훈련에 돌입했을 정도다. 그 때문인지 그들은 한국에서도 대국을 있을 때를 제외하곤 항상 붙어다닌다. 남편도 한국에서 7승1패로 좋은 성적을 기록중이다. 국수전에서는 부부가 모두 본선에 올랐다.
한국에서 생활은 단조로운 편. 한국기원에 출퇴근해 하루종일 젊은 신예 기사들과 바둑연구에 몰두한다. 시간나면 잠깐 주위를 산책하고 한국 기사들과 테니스를 즐기는 게 유일한 낙이다. 또다시 「이번 국수전에서 남편과 대결을 벌일 공산이 큰데 느낌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대답이 걸작이다.
『만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만나더라도 부담감이 적을 것 같아요. 둘 중 하나는 이기잖아요.』/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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