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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 이모씨는 요즘 TV를 보면서 쇼핑 삼매경에 빠졌다. 누구나 흔히 생각한 듯 TV홈쇼핑을 보면 맘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만화영화를 시청하다 화면 한쪽에 '반짝 특가'라는 작은 광고문구가 뜨면 바로 빨간색 '확인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만화영화에 나온 캐릭터 장난감을 저렴하게 판다는 내용이 시청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단에 나타났다. 아이가 만화영화에 빠진 사이 이 씨는 리모컨 단추를 몇 번 눌러 금세 결제를 마치고 원하는 상품 구매를 끝낸다.
TV를 보면서 동시에 쇼핑까지 즐기는 양방향 데이터방송인 'T커머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T커머스는 'TV+커머스(상거래)'를 합친 말로, TV를 통한 상품검색과 구매를 지원하는 디지털 방송을 뜻한다.
홈쇼핑은 정해진 시간에 하나의 상품정보를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지만, T커머스는 아무 때나 시청자가 주도적으로 여러 상품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양방향 개념이다.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의 중간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T커머스 서비스는 KTH가 2012년 8월 세계 최초로 독립채널 방식으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방송 가입자 수가 늘면서 성장세가 가파르자 홈쇼핑 업체들까지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GS·CJ·현대·롯데·NS 등 5개 TV홈쇼핑 사업자는 조만간 IPTV에 독립 채널을 마련해 T커머스 사업을 시작한다. 비(非) TV홈쇼핑 사업자인 TV벼룩시장도 이른 시일 내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현재 KTH·아이디지털 홈쇼핑·SK브로드밴드·화성산업 등 4개사를 포함해 T커머스 사업 승인 10년 만인 올해 모든 사업자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T커머스 총 거래 규모는 2013년 227억원, 지난해 680억원을 기록했다. 10개 사업자가 모두 서비스를 시작하면 올해는 2,500억원, 내년에는 5,000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기준으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T커머스 사업권을 부여받은 사업자는 GS·CJ·롯데·현대·NS 등 TV 홈쇼핑 5개사를 비롯해 KTH·SK브로드밴드·화성산업·아이디지털홈쇼핑·벼룩시장 등 모두 10개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홈쇼핑 방송으로 주목받는 T커머스 시장은 올해 10개 업체가 모든 서비스를 시작하는 하반기부터 치열한 격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들 업체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차별화된 상품과 쇼핑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는 판매 수수료를 낮추면서 자본력의 한계로 홈쇼핑 진입이 어려웠던 중소 판매업자들도 T커머스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평균20%~30%)와 방송 녹화 한 번으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 생방송시 35%~45%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와 더불어 생방송 할 때마다 진행 비용이 만만치 않아 중소업체들이 T커머스(데이터 홈쇼핑)를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것이다.
조경필 T커머스 협회 사무국장은 "중소벤처· 농수산 지역 특산품 판로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조이며 유통과 결합한 데이터 방송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 이용후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T커머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원가부담도 적은 만큼 중소기업 상품을 다양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역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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