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2000만년 빙하 밑 생명체 비밀 풀리나

■ 남극 보스토크 호수 23년만에 이달 시추 완료<br>러 연구팀, 약 4km 관통 앞둬… 극한환경 미생물 검출여부 촉각…<br>성공 땐 외계행성 연구에도 도움<br>호수 오염 방지가 성패 가를듯… 수년 내 2곳 추가 시추도 기대

보스토크 시추기지는 지난 1983년 영하 89도의 온도를 기록한 극한지에 위치한다. 이는 지구상에서 공식 측정된 최저 기온이다.



지난 7일 러시아의 한 언론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이 날아들며 전세계 과학계가 들끓었다. 러시아 남북극연구소(AARI) 연구팀이 23년여의 시추작업 끝에 남극 빙하 약 4,000m 아래에 위치한 보스토크 호수의 표면에 도달했다는 것이었다. 공식발표가 나오지 않아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2월 초부터 수면이 위치한 3,768m에 5~10m 앞까지 접근했다는 소식이 잇달아 전해진 바 있어 이달 중 빙하 관통이 완료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생태학적 보물섬=세계가 이번 뉴스에 이토록 열띤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보스토크 호수가 지닌 생물학적∙환경학적∙항공우주학적 가치에 기인한다. 실제로 이 호수는 2,000만년 이상 두터운 빙하에 덮인 채 극한의 온도에서 빛 한 줌 없이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 있었기에 태고의 지구 생태계와 기후를 알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연구 대상이다. 호수에서 알아낸 모든 것이 학문적 업적이 될 만큼 연구자들에게는 보물섬과 다를 바 없다.

특히 호숫물 속에서 미생물 등의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이는 생물학계를 넘어 항공우주학계에도 큰 여파를 미친다. 이 정도의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다면 이와 유사한 환경의 외계행성에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항공우주학계는 수십 ㎞의 얼음층이 바다를 덮고 있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비롯해 또 다른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등의 생명체 탐사에 직접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미 항공우주국(NASA) '유로파 목성계 미션(EJSM)' 팀은 유럽항공우주국(ESA)과 함께 보스워스 호수 시추와 동일한 방식으로 유로파의 바다를 탐사할 계획이다. 이들은 호수에서 발견된 미지의 생명체들을 통해 어디에 초점을 맞춰 유로파를 탐사해야 할지 결정할 예정인데 이미 호수에 근접한 빙하 하층부의 얼음에서 미생물이 발견돼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오염을 막아라=유로파 탐사 임무를 이끌고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로버트 파팔라 박사 역시 얼마 전 미국 파퓰러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스토크 호수 프로젝트는 극한 환경 생명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줄 것"이라며 "유로파의 얼음 시추, 표본 채취 노하우 등 탐사 테크닉을 연마할 최고의 무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보스토크 호수 연구가 성공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반드시 성립돼야 한다. 시추 과정에서 원시의 호수를 조금이라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그것이다. 혹여 시추시 부동액으로 사용한 등유와 프레온이 유입되면 호수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수십 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수면 130m 앞두고 지난 1998년부터 8년간이나 시추가 잠정 중단된 것도 오염을 막을 확실한 기술의 확보를 위해서였다.



AARI팀은 시추 기계와 호숫물의 접촉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호수 내부의 압력을 이용, 시추공 속으로 물을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수면 약 20~30m 앞까지는 기계식 드릴이 시추를 하고 나머지는 열 드릴이 뚫는다. 이후 열 드릴이 수면에 접근하면 압력센서와 수분센서가 이를 감지해 확장식 패커(packer)를 작동시켜 수면 위 30m 부분의 시추공을 막는다. 그러면 호수 내부의 압력에 의해 호수물이 패커가 위치한 30m의 시추공을 채우게 되는데 연구팀은 1년 뒤 이곳을 다시 찾아와 꽁꽁 얼어붙은 호숫물 얼음을 채취,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남극 시추 프로젝트=파팔라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호숫물이 시추공을 채울 때는 정밀한 압력조절이 관건이다. 보스토크 호수는 가장 깊은 곳이 지면에서 약 4.2㎞나 되고 내부압력이 최대 438기압에 달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압력 조절에 실패하거나 시추공 밀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고압의 물이 치솟아 시추 기지를 박살낼 수도 있다.

그런데 만일 1년 뒤 분석한 결과 예상과 달리 보스토크 호수에서 별다른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남극에는 수천만 년 동안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지하 호수가 150여개나 숨어 있고 이미 또 다른 시추가 추진 중이다. 수년 내 시추 완료를 앞둔 프로젝트만 2건이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 마틴 시게르트 박사팀의 앨스워스 호수 시추가 그중 하나다. 현재 AARI팀과 달리 기계식 시추가 아닌 고온의 물을 고압 분사하는 방식으로 시추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가을쯤 3,000m 깊이의 호수에 닿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 몬태나주립대 존 프리스쿠 박사팀도 보스토크 호수에서 서쪽으로 1,000㎞ 떨어진 윌런스 빙류(ice stream)의 탐사를 위해 오는 2014년 고온 고압 물 분사 시스템을 활용, 약 800m의 빙하를 시추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