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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베이비부머

■서울대·메트라이프, 삶의 질 변화 조사<br>노후 준비 턱없이 부족한데 노부모·자녀 부양까지<br>연금 3종세트 준비 14%뿐<br>재무교육 경험자 8% 그쳐



지난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나 우리 사회를 이끄는 허리로 자리한 베이비부머들의 경제적 힘은 갈수록 소진돼 가는데 정작 부모와 자녀들에 대한 부양 부담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앓고 있는 신체 질환도 갈수록 늘고 있다. 무엇보다 베이비부머 10명 중 1.4명만이 국민ㆍ퇴직ㆍ개인연금 등 이른바 연금 3종 세트에 가입해 있는 등 노후 준비가 너무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우울한 베이비부머'이자 우리들의 젊은 아버지ㆍ어머니다.

서울대 노화ㆍ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코리아는 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2차년도 한국 베이비부머 연구 보고'에서 지난 2010년 한국 베이비부머 1차 연구에 응한 3,275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중 연금 3종 세트를 모두 갖춘 비율은 14.1%로 2년 전 15.0%에 비해 줄었다. 특히 개인 스스로 지출을 조정할 수 있는 개인연금(44%→38%), 보험(82%→77%), 예ㆍ적금(69%→64%), 펀드(13%→9%) 등은 일제히 감소했다. 경기침체로 늘어난 생활비 부담을 개인연금 등의 비용으로 충당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자녀와 노부모에 대한 부양 부담은 증가했다.

최근 2년 동안 베이비부머들의 자녀 관련 비용과 보건의료비 지출은 각각 월평균 27.2%, 11.6% 늘었다. 노부모의 간병비용, 자녀 결혼ㆍ유학비용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가계지출 항목 중 여가비는 2년 사이 14.6%가량 줄었는데 그만큼 삶의 질이 후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삶의 질을 포기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퇴 이후 삶이 팍팍해지고 있지만 베이비부머들의 건강상태는 보다 악화됐고 재무교육 경험도 적었다. 3명 중 1명꼴로 신체질환을 앓고 있으며 두 가지 이상 복합질환자 비율도 2010년 7%에서 10%로 증가했다.

또 베이비부머 중 과거에 재무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비율은 8%에 불과했으며 금융문해력 문항에 대한 정답률은 35%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은퇴 후 삶이 이전만 못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5%에 달했고 삶이 더 나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한 교수는 "베이비부머에는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 정책은 각 계층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돼야 한다"며 "베이비부머 역시 재정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녀 관련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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