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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국은행, 금리인상 '異夢'
입력2002-04-29 00:00:00
수정
2002.04.29 00:00:00
3월 산업활동동향 '상이한 진단'지난 3월의 실물 경기성적이 평균이상으로 잘 나왔다. 그러나 경기회복속도를 조절해야 할 정부와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생산과 출하, 소비, 제조업 가동률, 선행지수등이 탄탄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주가, 환율, 국제 유가 등 주변 여건은 정반대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30일과 다음달 7일로 예정된 경제정책조정회의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떤 처방을 내릴 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헷갈리는 경기진단
실물경기는 지표상 상승모멤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산업생산은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았음에도 지난 3월 전년동월에 비해 4.4%의 증가세를 보였고 1분기 전체로도 3.9%의 견실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출하 역시 활기를 띠는 가운데 재고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경기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수출이 가세할 경우 경기회복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아직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 경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지속중이다.
원/달러 환율도 급락세로 돌아섰다. 경기전망을 낙관만 하기에는 복병들이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와 한은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경제정책의 기조와 금리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는 데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솔직히 아직은 확신이 안선다"며 괴로운 심정을 털어놨다.
◇ 금리 올려야 하나
최근 재경부와 한은은 경기처방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왔다. 재경부는 1ㆍ4분기 성적을 면밀하게 분석한 후 5월말께 방향을 정하자는 쪽인데 반해 한은은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3월 산업활동 성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한은관계자는 "미국경기, 국제유가 등 아직은 불확실성이 많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산업생산이 한은이 예상한 것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며 선제 조치에 무게를 두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3월 산업활동에서는 한은의 주장대로 금리인상을 뒷받침할만한 지표가 많이 발견된다.
제조업 가동률이 19개월만에 최고수준인 77.3%로 올라섰고 출하와 도소매판매, 동행지수, 선행지수등도 고무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더구나 재고율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생산과 투자의 본격적인 증가세를 예고하고 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출이 뒷받침될 경우 경기상승세는 더욱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이에반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설비투자가 1.9%증가로 아직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데다 세계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경기가 최근 심상찮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주말 124.34포인트나 하락하며 9.11테러 이전수준인 1만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번주 미국에서는 소비자신뢰지수, 고용동향등 중요한 거시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4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가 3월의 95.7보다 크게 하락한 93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좋은 소식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악재로 이달 한 때 940선을 오르내리던 국내 주가도 830선으로 밀려났다. 연초 1배럴당 17달러선(두바이산 기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도 최근 24달러로 폭등했으며 원/달러 환율 역시 연초 1,330원대에서 1,297원대로 급락했다.
재경부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리는 한은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나 최근의 환율하락세를 감안하더라도 물가불안요인을 충분히 흡수하고도 남는다"고 말해 5월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경기현상은 이날 오전 열린 국책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확인됐다.
전윤철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이 경기흐름과 현안을 진단하고 정책제언을 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 이날 회의에서도 연구기관별로 진단과 처방이 엇갈렸다. 결정도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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