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시중 유동성이 다시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달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환율 하락세와 체감경기 부진 등이 걸림돌이지만 과잉 유동성을 방치했다가는 자산거품 형성 등으로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동향이 금리인상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연내 두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중 유동성 다시 폭발=8일 한은이 발표한 ‘5월 중 광의유동성(L)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광의유동성 잔액은 1,913조5,000억원으로 전달보다 25조4,000억원(1.3%) 증가했다. 이는 4월(12조8,0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지난해 12월의 26조1,000억원 증가 이후 올 들어 최대치다. 주택담보대출이 거의 늘지 않았는데도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11~12월 25조~26조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카드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다시 올라갔다. 3월에 12.25%까지 치솟아 2003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던 광의유동성 증가율은 4월 11.79%로 약간 하락하는 듯했으나 5월에 다시 12.2%로 상승했다. 금융기관 유동성(Lf) 잔액도 5월 말 현재 1,582조3,000억원으로 월중 19조원(1.2%) 늘었다. 증가폭이 전달 3조5,000억원의 6배에 달한다. 이처럼 유동성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증시 호황과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경쟁 때문이다. 한은은 “시도 금고자금을 중심으로 한 단기 정기예금이 늘고 증시 호조 등을 반영해 주식형 수익증권 수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국채ㆍ지방채 발행도 꾸준히 증가해 전반적으로 유동성 증가세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달 콜금리 인상 유력=유동성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조기에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이미 채권시장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근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콜금리의 인상을 선반영한 상태다. 물론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유의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선을 위협하는 등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금리인상은 환율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 증가세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8개월간 은행의 여신 증가 속도가 실물경제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빨랐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하반기 경기 회복세도 예상 경로로 가고 있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은 10일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연간 경제성장률을 현 전망치(4.4%)로 유지하거나 0.1~0.2%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두세 차례의 콜금리 인상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콜금리 인상 이후 한은이 지급준비율 인상과 총액대출한도 축소 등 보완조치를 취했으나 과잉 유동성 흡수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0.50%포인트 이상 올려야 유동성 증가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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