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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하락 압박등 "금융시장 교란"

단타거래 극성…3일만에 2억 날리기도<br>실제 투기적 외환거래기업 훨씬 많을듯<br>제재수단 없어 경고만…효과는 미지수



한국은행이 20일 환투기에 몰두하고 있는 일부 기업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은행권의 과도한 외화차입과 기업들의 투기성 외환거래가 원ㆍ달러 환율 하락의 압력을 높이고 채권 금리를 떨어뜨리는 등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일부 기업들의 투기성 외환거래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한 업체는 20여곳이지만 외환거래 상위 기업이 아니라 전수조사를 벌였다면 환투기 사례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들의 환투기는 합법적인 거래인데다 일선 은행 지점들도 부추기는 상황이어서 한은의 경고가 큰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데이트레이딩 등으로 막대한 손실=한은은 이번 조사에서 ▦실수요에 비해 외환 매매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동일한 금액과 만기로 반대매매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거나 ▦일중매매(데이트레이딩)를 심하게 하는 기업들을 골라낸 다음 거래기법 등을 분석해 투기성 여부를 가려냈다. 한은이 적발한 기업들의 환투기 기법은 ▦현물환ㆍ선물환ㆍ스와프 반대매매 ▦선(先)ㆍ선(先) 스와프 ▦차액정산(ND) 통화옵션 ▦일중매매 ▦스와프를 통한 원화 조달 및 운용 등 크게 다섯가지다. 기업들이 가장 흔하게 한 투기거래는 원ㆍ달러나 엔ㆍ달러를 대상으로 마치 주식을 하듯 현물환ㆍ선물환 및 스와프를 1~10일의 짧은 만기로 사고 파는 단타 거래였다. 또 서로 다른 만기의 선물환을 매입ㆍ매도한 후 만기 이전에 외환스와프를 통해 중도 청산해 환차익을 노렸다. 통화옵션 거래를 한 후 만기일에 행사가격과 만기 현물환율(MAR)의 차액만 정산하는 방식으로 자금 부담 없이 레버리지를 높여 환차익을 얻는 사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어떤 기업은 현물환ㆍ선물환 단기매매로 3일 만에 2억원을 날렸고 데이트레이딩으로 6,000만원 이상을 벌거나 잃은 기업도 있다. 특히 한 대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호조를 보였지만 환투기로 200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 경고 효과는 미지수=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거래는 모두 합법적이지만 환율시장의 추세가 바뀔 때 쏠림 현상으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기업 경영자들이 투기성 거래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은행이 적절한 통제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전문가 없이 경영자의 직관과 일부 금융기관의 일방적 전망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환리스크에 더욱 노출된다고 한은은 강조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국내외 경제지표가 혼조를 보이면서 환율 전망도 어렵기 때문에 환 리스크가 급증할 수 있고 파생금융거래는 레버리지가 매우 커 소규모 투자로도 거액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6년부터 외환거래 실수요 원칙을 점차 폐지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투기성 거래에 대한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전날 금융감독원에 이어 한은까지 경고하고 나선 만큼 일시 위축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일부 은행들은 오히려 기업들의 환투기거래를 방관하거나 부추겨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출입 실적이 거의 없는 소규모 기업에 500만~1,000만달러의 거액 외환매매를 증거금 없이 신용만으로 거래하도록 한 사례도 발견됐다. 또 은행들이 새로운 환 관련 옵션상품을 개발ㆍ판매하면서 지점에 할당량을 부과, 지점들은 이를 중소기업에 강매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의 환투기를 적극 허용한 은행들을 금감원과 공동 검사할 계획이 없다”며 “은행들에 협조를 요청할 경우 환위험에 노출된 기업의 외환 매매한도 축소, 거래규모 축소, 조기 청산 등에 나서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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