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 잦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근무하는 김영민씨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집으로 가는 버스가 끊기는 시간인 11시30분 즈음이 되면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자칫 마지막 버스를 놓쳐버리면 2만원을 훌쩍 넘는 돈을 내고 택시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나가면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추위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아이폰에 버스 도착시간을 분 단위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은 후에는 비싼 택시비를 내거나 추위에 떨 필요가 없게 됐다. 휴대폰에 마지막 버스가 바로 전 정류소를 출발했다는 표시가 뜰 때 회사에서 나서면 버스는 어김없이 길 모퉁이를 돌아 회사 앞 정류소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28일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이 몰고 온 생활 변화의 한 단면이다. 7일로 국내 상륙 100일을 맞은 아이폰은 모바일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소비자들은 이전에는 미처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다양한 서비스들을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무선 인터넷 사용량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모바일 세상이 활짝 열리고 있다.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은 "이용자 입장에서 '이런 서비스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했다는 점이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미친 큰 영향"라며 "아이폰으로 소셜네트워킹을 해서 사람도 만나고 심심하면 피리도 불 수 있는 등 고객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실제 앱스토어에는 피아노ㆍ기타를 치는 등 악기를 연주하거나 현실 세계에 가상의 사물을 합성, 정보를 제공하는 증강현실 등 이전에는 없었던 혁신적인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수시로 앱스토어에 들러 실생활 혹은 여가 등을 위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아이폰 이용자 가운데 매일 앱스토어를 방문하는 고객 비율은 58%에 달한다. 이용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앱스토어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자 국내 통신업체들 역시 한국형 통합 앱스토어 개설에 합의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아직 자체 앱스토어를 꾸리지 못한 통합LG텔레콤은 오는 3ㆍ4분기께 자사의 앱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폰 출시 이후 앱스토어 이용이 늘어나면서 무선 인터넷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이폰 등장 이후 2개월간 KT의 월평균 무선 인터넷 트래픽은 5,083만6,844MB로 아이폰 출시 이전 11개월 동안의 평균(41만5,314MB)에 비해 122.4배 늘어났고 같은 기간 가입자당 월평균 트래픽도 14.0MB에서 150.5MB로 10.7배 증가했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기존 음성통화 위주의 통신시장이 무선 인터넷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의 도입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에도 자극제가 됐다. 아이폰은 3월 현재 누적 판매량 40만대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옴니아 패밀리도 누적으로 34만~35만대가 팔렸다. 불과 3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판매규모(60만대)를 훌쩍 넘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에서 400만대 안팎의 스마트폰이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변화에 대한 통신업체들의 대응과 스마트폰 수요 확대로 무선 인터넷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스마트폰 요금제 등을 내놓은 SK텔레콤과 KT 등은 와이파이 망 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통합LG텔레콤도 최근 스마트폰 요금제를 내놓았다. 통신사들과 휴대폰 제조사들이 보조금을 스마트폰에 집중하면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할 수 있는 것도 관련 시장 확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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