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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술력 보더니… 외국인들도 경악
"한국 기술력·인프라에 반했어요"■ 서울경제신문·KOTRA 주관 '한·남아공 원전 포럼'토종 원전 발전에 관심·기대 커… 로컬라이제이션이 수주 관건파이낸싱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임지훈기자jhlim@sed.co.kr
원전 사절단 단장인 게르하르 푸리(Gerhard Fourie) 남아공 외교통상부 산업개발국 국장이 20일 서울 COEX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남아공 원전 건설·기자재 협력 포럼' 에서 남아공 원전도입 계획 및 추진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세계 각국의 원전 시설을 둘러봤는데 한국의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르하르 푸리 남아공 외교통상부 산업개발국 국장은 20일 ‘한ㆍ남아공 원전 건설ㆍ기자재 협력 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프랑스도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긴 하지만 10여년의 휴지기가 있었다”며 “지속적으로 몇 십년간 계속 원전 기술을 발전시켜온 것이 한국 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기업인들도 행사에 앞서 17~18일 양일간 둘러본 두산중공업, 고리발전소 등 한국 원전 시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안드리스 샤바라라 ACTOM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에 놀랐고,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부러웠다”며 “한국 기업인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러브콜 잇따라=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듯 이날 행사장에는 인사들로 자리를 가득 메웠다. 120석의 좌석이 준비됐지만 자리가 없어 뒤쪽에 추가로 의자를 배치해야만 할 정도였다. 힐튼 앤서니 데니스 남아공 대사는 “소비재뿐 아니라 인프라ㆍ건설 부문에서도 상호협력관계를 발전시켰으면 한다”며 “남아공은 국산화에 성공한 한국의 원전기술을 벤치마킹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포럼 직후 진행된 일대일 상담회에서는 남아공과 우리나라의 원전 관계자들이 열띤 대화를 나눴다. 남아공에서는 정부관계자와 기업인 등 25명이 참석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한전을 비롯 삼성물산 등 기업 관계자 95명이 함께 했다.
◇수주의 관건은 로컬라이제이션=남아공 정부가 입찰의 주요 평가 항목으로 꼽고 있는 것은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이다. 현지 업체의 제품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기술 전수의 수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이 그 척도이다. 남아공 정부는 구체적인 조달 계획도 세부적으로 명시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모고로시 모알루시 남아공 에너지부 에너지담당관은 “입찰 시 해당국의 기술뿐 아니라 남아공 경제발전 기여도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역학구도로는 프랑스에 열세인 한국이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아공에서 폴리티컬 파워는 분명 한국보다 프랑스가 강하다”며 “하지만 남아공 정부가 로컬라이제이션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한국 컨소시엄이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싱 등은 넘어야 할 산=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남아공 원전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파이낸싱을 꼽았다. 한 관계자는 “원전 건설은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투자기간도 길기 때문에 파이낸싱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남아공 정부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줄지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기술 전수의 수위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국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남아공 정부가 현지 업체로의 기술 전수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이를 무상으로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기술 전수의 수위를 높일 경우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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