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사립대 박사 과정에 있는 A씨는 논문이 늦어지면서 올해 2월 예정됐던 졸업을 하지 못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학교 프로젝트 때문에 교수로부터 각종 부수작업을 지시받다 보니 정작 자신의 논문 연구는 소홀히 하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우에도 대학원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허비하는 시간이 90%에 달하며 박사학위 과정 학생 4명 중 1명꼴로 프로젝트로 인해 논문을 못쓰고 졸업 기한을 넘기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재정난에 몰린 일부 지방대가 중국인 가짜 유학생들을 무더기 입국시켜 입학시키고 불법 취업까지 알선해준 혐의로 부학장과 교학처장 등이 불구속 입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학들이 수익성을 쫓으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상아탑의 본연의 목적인 교육 및 연구는 소홀히 한 채 수익 추구에만 혈안이 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들의 주식투자를 허용하고 단기차입의 경우 허가 및 신고 없이도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대학들도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금 및 등록금을 무리하게 주식으로 운용했다가 원금을 날리거나 설비 투자 등을 명목으로 무차별적인 차입에 나섰다가 상환을 못하고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집계한 사립대 평균 부채 비율은 절대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03년 4.18%에서 2004년 4.53%, 2005년 5.44%로 확대됐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평균치는 2003년 550만원에서 2004년 557만원, 2005년 622만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도 재정 건전성은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또 대학 및 학교법인이 수익사업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학생들에게 장학금 수혜를 확대하거나 교수들의 연구비 지원 및 각종 시설 투자 확대 등에 활용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사학이 이중 회계장부를 운영하면서 교비 횡령 및 유용 등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학들이 재정 투명성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재무팀장은 “조만간 대학의 지불능력 상실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부도가 나는 대학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하면서 “대학들의 무리한 수익 추구는 자제돼야 하며 발생한 수익은 학교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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