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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의 성적자랑/뉴욕 김인영 특파원(기자의 눈)

10일 빌 클린턴 대통령이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띠고 백악관 정원인 로즈 가든에 나타났다.『오늘은 교육 분야에서 아주 기분 좋은 날입니다. 미국 어린이들의 수학과 과학 성적이 세계 평균치를 넘어섰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과학 성적은 한국 학생 다음으로 우수합니다.』 클린턴이 이날 자랑한 근거는 세계 26개국 학생이 참여한 「제3회 국제 수학·과학 경시대회」의 결과였다. 초등학교 4학년 과학 시험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고, 일본이 2위, 그 다음으로 미국이 당당히 3위를 했다. 수학에서는 미국 초등학생들이 싱가포르, 한국, 일본, 홍콩에 이어 12위를 차지했지만, 중위권(13위)을 넘어선 우수한 성적이었다. 클린턴은 『그동안 미국 어린이들이 국제 경시대회에서 2위권에 들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드물었다』면서 이번 결과가 자신의 교육 우선 정책이 가져온 우수한 성적인양 기뻐했다. 대통령이 어린이들 성적표를 들고 나와 기뻐할 정도로 미국 정치권에선 교육이 최대 관심사다. 21세기의 가교가 될 것을 주창, 재선에 승리한 클린턴은 앞으로 5년간 교육 분야에 8백50억 달러의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자들이 2002년까지 균형예산을 이룬다는 원칙에 합의해 놓고도, 교육예산을 얼마나 배정하는가로 입씨름하고 있다. 클린턴의 자랑을 잣대로 하면 한국 교육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중학교, 고등학교, 나아가 대학의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고 있다고 자신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린이들의 성적은 미국인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우수한데 교육단계가 높아질수록 처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의 교육 제도에 문제가 있고, 과열 부모들의 교육관에도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 꼬이고 꼬인 정치권의 무관심 탓도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미국은 이미 21세기의 주인공이 될 학생들에게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그 잠재력이 21세기를 또다시 미국의 세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를 열어갈 한국의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게 교육에 관한 정책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한번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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