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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큼 흥미로운 ‘영욕의 할리우드 人生’

왕년의 할리우드 여배우 모린 오하라가 여든을 넘은 나이에 자서전을 출간, 올드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로 84세인 오하라의 자서전 제목은 `이것이 그녀 자신이다(`Tis Herself)`. 존 니콜레티와의 공저이긴 하지만 여배우가 자서전을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인 오하라는 어려서부터 연기수업을 받고 열 아홉 살 나던 1939년 미국으로 건너가 곧 할리우드의 최전성기로 꼽히는 40년대 간판급 여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연기력 외에 붉은 머리를 앞세운 정열적인 분위기와 운동선수를 방불케 하는 건강미 덕분이었다. 국내에서도 미국 데뷔작인 `노틀담의 꼽추`(1939)에서의 에스메랄다와 지금도 크리스마스의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34번가의 기적`(1947)에서 나탈리 우드의 어머니 도리스 역으로 기억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이밖에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1941)와 전설적인 감독 존 포드에게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긴 `말없는 사나이` (1952)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할리우드의 산 증인이나 다름 없는 오하라는 책에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공개했다. 오하라는 당초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히트작 `레베카`의 여주인공 레베카 역을 제의 받았으나 `노틀담의 꼽추`와 일정이 겹쳐 거절했다며 이를 자신의 경력 중 최대의 실수로 꼽았다. 또 율 브리너 주연의 뮤지컬 `왕과 나`의 안나 역으로 내정되었으나 안나를 아일랜드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의 극력한 반대로 데보라 카에게 돌아간 사실도 밝혔다.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다섯 작품을 함께 한 존 포드 감독과 역시 `리오 그란데` (1950) 등 다섯 작품에서 공연한 존 웨인과의 사연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포드 감독은 오하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험담을 서슴지 않는 동시에 가장 아끼는 배우라며 여러 작품을 맡길 정도로 애증이 얽힌 사이. 오하라는 포드 감독이 보낸 여러 통의 연애 편지도 공개했다. 반면 존 웨인과는 할리우드의 최고의 커플로 꼽힌 스크린에서의 관계와는 달리 실제로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오하라는 또 존 페인과 `노틀담의 꼽추`에서 공연했던 찰스 래프톤을 가장 좋아한 배우로, 렉스 해리슨과 조지 몽고메리를 가장 싫어했던 배우로 꼽았다. 오하라는 1968년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으로 꼽은 세번째 남편,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찰스 블레어 장군과 결혼하면서 사실상 은막을 떠났다. 오하라는 남편과 함께 카리브해에서 비행기 관련 사업을 하던 때를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했다. 그러나 블레어는 78년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 오하라는 버진 아일랜드 제도에 살면서 뉴욕과 LA, 아일랜드를 오가며 지낸다. 90년대 이후로는 4,5편의 영화에도 얼굴을 비쳤다. 책의 서두에서 오하라는 “나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아일랜드 여성 중 가장 터프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80대에도 자신의 스크린 인생을 가감 없이 반추하고, 열정적으로 책을 집필한 그에게 잘 어울리는 자평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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