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방한했던 세계체계 분석(world-system analysis)의 거두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쏟아낸 다양한 발언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줬다. "한미 FTA체결로 한국이 세계체계의 중심부에 편입하리라는 생각은 멍청한 주장이다", "한국이 애를 쓰겠지만 앞으로의 동북아 상황은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 나갈 것이다", "북한 핵실험은 동북아 모든 나라가 핵무장하는 상황을 낳을 것이다" 등의 발언을 통해 지금 세계 정세 속에 우리가 처한 위치를 깨닫고 위기의식을 재환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말들을 단지 '과격한 주장'으로만 듣지 않고 '이해'하려면 세계체계 분석이 보는 자본주의에 대한 견해부터 알아야 한다. 그 동안 세계체계분석의 문제의식을 꾸준히 국내에 소개해온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새책 '자본주의 역사강의'는 이런 월러스틴의 발언을 이해하기 위한 유효한 입문서가 될 만한 책이다. 2005년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강의를 기반으로 출간된 이 책은 세계체계분석을 통해 본 자본주의의 역사와 발전방향에 대해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수많은 청중들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쓰여진 만큼 일반인들이 흔히 궁금해 하는 요소들을 정확이 짚고 있기도 하다. 그는 책을 통해 '재분배사회'였던 전(前)자본주의 사회가 '독점'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이러한 역사적 내용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14세기부터 시작된 자본주의의 태동부터 21세기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그와 함께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탈냉전시대 이후 자본주의 세계 전반에 불어 닥친 불황과 연 이은 전쟁 등이 우연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세계체계 분석을 동아시아에도 적용하면서 '미국-일본', '미국-중국', '한반도 변수' 등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의 정세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한다. 또한 이를 통해 급격한 금융화와 이에 따른 서비스 불완전 노동의 증가, 산업구조 개편 등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이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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