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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검색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목이 구글과의 정면승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도전 자체는 참신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구글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이 이날 공개한 '그래프 서치'는 여러 면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가장 큰 특징은 검색 결과를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구글과 야후, 빙 등의 서비스는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검색어가 들어간 인터넷 사이트를 안내한다. 블로그나 카페 등 검색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콘텐츠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외부 콘텐츠를 검색해 이를 안내해주는 구조다.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는 기준은 전적으로 이용자에 달려 있다.
반면 그래프 서치는 페이스북 내의 콘텐츠를 골라 검색 결과를 안내한다. 페이스북에 이미 등록된 콘텐츠가 대상이기 때문에 검색 결과를 얻기 위해 별도로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여러 단어를 조합해 문장으로 검색할 수 있어 정확도와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내 주변의 등산을 좋아하는 여성'을 찾으려면 기존 검색 서비스에서는 등산 카페를 찾은 뒤 지역 정보와 성별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지만 그래프 서치는 미리 저장된 정보를 통해 바로 결과를 알려준다.
무엇보다 그래프 서치의 경쟁력은 가입자들이 축적한 막대한 콘텐츠다. 검색대상이 페이스북 안의 콘텐츠로 한정되긴 하지만 다른 가입자들의 취향과 이동경로 등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 검색 결과의 정확도가 한층 뛰어나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페이스북 가입자는 10억명을 넘었고 등록된 사진은 2,400억건, 연관 게시물은 1조건에 달한다. 20억명에 달하는 구글 이용자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페이스북 내의 콘텐츠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래프 서치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가입자 편중 문제가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체 가입자를 보면 북미 인구의 45%가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는 7%, 아프리카는 6%에 그친다. 인터넷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서비스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내 페이스북 가입자도 카카오톡과 싸이월드 같은 토종 서비스에 밀려 1,000만명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사생활 침해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페이스북은 그래프 서치를 준비하며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누구나 손쉽게 친구를 맺을 수 있는 페이스북 특성상 사생활 침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래프 서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려면 검색 광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검색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면 누구나 인터넷에서 사생활을 엿볼 수 있어 '온라인 스토킹'과 같은 사회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페이스북이 확보한 막대한 개인정보가 결국 서비스 경쟁력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매체들은 페이스북의 검색시장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래프 서치의 검색 방식이 전통적인 검색 서비스보다 훨씬 빠르고 개인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하는지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페이스북의 검색시장 진출은 구글에 타격을 입히기보다는 후발주자인 야후나 빙 등의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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