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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결핵의 날] 기침가래 오래 지속땐 의심을
입력2004-03-22 00:00:00
수정
2004.03.22 00:00:00
박상영 기자
가난 때문에 제대로 못 먹던 시대에 창궐했던 결핵.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은 아직 세계적으로 매년 2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위세를 떨치고 있다. 단일 질병으로는 사망원인 1위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도 2001년 현재 결핵사망률이 10만명당 6.7명으로 10대 사망원인에 속한다. 국내 결핵환자는 약22만명(인구 200명당 1명꼴). 이는 일본의 3.1배, 미국에 비해서는 16.6배나 많은 것이며 매년 3만여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신규환자 발생률은 경제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1위이며 미국에 비해 12배, 일본보다는 2.4배 높다. 오는 24일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고대안암병원 이상엽(호흡기센터)-삼성서울병원 권오정(호흡기내과)-한림대성심병원 정기석(호흡기알레르기센터) 교수 도움말로 결핵에 대해 알아본다.
치료 후에도 후유증=결핵균(M. tuberculosis)은 수천 년 동안 질병을 일으켜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때 `결핵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환자가 있었으나 당국의 결핵관리사업과 경제 여건 향상으로 발생률이 많이 감소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결핵은 만성 소모성 질환으로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질환이고, 폐결핵의 경우 치료를 했더라도 후유증을 남겨 만성적인 호흡곤란을 부르기도 한다. 결핵 중에는 결핵균이 공기를 통해 폐로 들어와 발병하는 폐결핵이 가장 흔하다. 그 외에도 임파선염ㆍ늑막염ㆍ뇌막염ㆍ척추염ㆍ복막염 등 우리 몸 여기저기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결핵균에 감염되었다고 모두 결핵이라는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의 약 10%에서만 발병하고 나머지 90%는 감염되었다가 결핵균이 신체 면역기능에 의해 사멸하거나 영원히 잠복한 상태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질병으로 악화하지 않는다. 결핵으로 발병하는 데는 몸으로 들어오는 결핵균의 양, 결핵균에 대한 저항력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증상 없어 조기진단 어려워=전염성 질환으로 주로 치료 받지 않은 활동성 결핵 환자로부터 전염된다. 결핵균은 매우 더디게 자라는 균으로 우리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킬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언급했듯이 감염 되어도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감염된 사람의 5∼15%에서 발병한다. 당뇨, 영양실조, 알코올 중독, 기타 만성질환 같이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위험성이 크다. 일단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감염력은 급격히 떨어져 전염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흔히 미열이 동반되고 피로감ㆍ식욕부진ㆍ체중감소 같은 전신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미열은 주로 오후에 나타나고 식은땀을 동반하기도 한다.
호흡기 증상으로는 마른기침이 많고, 가래나 객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기관지 결핵의 경우 만성기침과 천명음(쌕쌕거리는 소리)이 나타나 천식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시간 걸리지만 완치 가능=서서히 진행하는 질환이고 치료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항결핵제 개발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은 결핵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어 서둘러 약물치료를 중단하거나 때로 민간요법에 의존해 치료를 하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일로 약제 내성 결핵이 나타나거나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평생 결핵에 의한 합병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따라서 결핵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결핵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50%는 사망하고, 30%는 결핵에 걸린 채 시름시름 앓으면서 살아가고, 나머지 20%만 저절로 치유되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결핵 약에는 결핵균에 대한 효과와 안정성에 근거하여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일차 약제와 일차 약제에 내성이 있을 때 사용하는 이차 약제가 있다.
표준치료는 3∼4가지 일차 약제를 동시에 6개월간 복용한다. 이렇게 정해진 대로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였을 때 치료 성공률은 98% 정도. 반면 이차 약제로 치료를 하면 치료 성공률이 70% 정도에 불과할 뿐 아니라 치료기간도 2년 이상 길어진다. 그러므로 치료 성공률과 치료기간을 감안해서 가능하면 일차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일차 약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결핵균이 일차 약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거나 일차 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낼 때이다.
결핵 약을 6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하는 이유는 그것보다 짧게 복용하였을 때 치료 완료 후 결핵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재발하면 결핵 약을 처음부터 다시 복용해야 한다. 결핵 약은 장기간 복용하기 때문에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기 쉬운데 이러한 불규칙한 복용이 결핵균이 결핵 약에 내성을 갖게 되는 원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약물치료가 필요하고, 때로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온다. 그러나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심각한 상태가 아니면 참고 끝까지 먹어야 한다. 설사 부작용이 심해서 도저히 약을 복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약을 조절해야 한다. 만일 혼자 결핵 약 사용에 대한 결정을 하다가는 영원히 완치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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