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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헬리코박터와 이타적 자살

집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이를 '이타적 자살'로 규정했다.두 달 전 미국 쌍둥이 빌딩에 대한 비행기 테러 이후 이것이 과연 '이타적 자살'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2차 세계 대전 당시 가미가제 특공대도 같은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서로 엇갈린다. 동물세계에서도 이타적 자살은 종종 나타난다. 벌은 집단 전체가 하나의 개체처럼 움직인다. 적이 쳐들어오면 벌들은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아낌없이 내던진다. 독침을 쏘면 내장기관이 함께 뽑혀나가 결국 죽게 되지만 적의 몸에 독침을 꽂고 장렬하게 죽는다. 다람쥐 떼 중에는 한 놈의 희생으로 나머지가 사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독수리나 매 등이 나타나면 다람쥐 중 한 마리가 큰 소리를 질러 동료들은 도망가게 하고 자신은 포식자 밥이 되는 것. 또 기생충에 감염된 두더지가 공동묘지에 해당하는 굴로 들어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는 일도 있다. 사람에겐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헬리코박터도 이타적 자살을 통해 위 속에서 생존한다. 음식물 소화만이 위의 임무는 아니다. 외부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위산과 같은 강력한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 헬리코박터는 최첨단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다. 몇 몇 헬리코박터는 위 속에 들어와 죽음을 선택한다. 그러면 죽은 헬리코 박터의 몸 속에서 요소를 분해하는 효소(유리에이즈)가 흘러 나온다. 이 효소는 축구공 모양을 하면서 위 속을 떠다니다가 다른 헬리코박터에 들어붙는다. 다른 놈에서 유리에이즈를 얻은 헬리코박터는 자기가 만든 유리에이즈를 함께 이용해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만들어 위산을 중화시켜, 몸을 보호한다. 헬리코박터가 만들어내는 수 많은 효소 중에서 유리에이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15~20%. 헬리코박터가 생명 체 중 유일하게 위 속에서 살게 된 것은 이타적 자살과 극단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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