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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평가손 업무이익 초과/은행 1년장사 “헛수고”
입력1996-12-09 00:00:00
수정
1996.12.09 00:00:00
안의식 기자
◎증시 침체·소극적 손절매로 규모 더 키워/「평가손 충당금」 당국 애매한 태도도 일조은행권이 주식시장의 지속적인 침체에 따른 막대한 주식평가손 발생으로 최악의 결산환경을 맞고 있다.
특히 보유주식 물량이 많은 대형 시중은행들은 주식평가손도 은행당 평균 5천억원을 넘을 정도로 엄청나 주식시장 상황과 감독당국의 평가손 충당금적립비율에 대한 결정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시중은행들은 현재 총자산의 5%에도 못 미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평가손 규모가 올해 업무이익규모를 넘을 정도로 엄청나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모두 주식평가손에 쏟아부어도 모자라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부터 주식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증시 침체 지속에 따른 매각기회 상실 ▲매매손 발생(Loss cut·손절매)에 대한 은행 경영층의 소극적 태도 ▲감독당국의 가변적인 평가손 충당금비율(주식평가에 따른 손실의 일정비율을 업무이익에서 충당토록 하는 것) 결정정책 등에 따라 물량규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14일 종합주가지수 1천포인트를 넘어섰던 증시가 올들어 4월하순∼5월초를 제외하고는 하락추세를 지속, 보유주식을 팔고 싶어도 팔 기회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5월하순부터 계속된 대세하락국면은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평가손이 일정 비율을 넘어설 경우 해당종목의 주식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자산운용지침을 두고 있는 제일,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 역시 강제매각을 중지하는 특별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손절매에 대한 은행경영층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막대한 평가손을 발생시킨 근본원인이다. 은행에 실질적인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임기제」인 은행 경영층은 임기 내에 평가손을 실질 손실로 실현시키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형시중은행들 중에는 자산운용지침에 손절매 규정을 두고 있으면서도 강제조항이 아니라 「권고조항」 정도로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은행들이 많고 이는 은행 내에 주식매매손 발생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를 조성, 주식담당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결산시 주식평가손 충당금 적립비율에 대한 감독당국의 가변적인 태도 역시 은행들로 하여금 평가손 발생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은행감독원은 지난해 주식평가손 충당금 적립제도를 도입하며 상반기 가결산 때에는 평가손 금액의 50%를 적립토록 했으나 하반기에는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은행들의 적자결산을 우려, 30%로 낮췄다. 올해 역시 상반기 가결산에서는 50%를 적립토록 했으나 최근의 증시 「붕락현상」을 고려할 때 은행감독원이 은행권의 대규모 적자발생에도 불구하고 과연 올해 결산지침에서 50%로 결정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시각이 많은 실정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고 은행권 고위관계자 역시 『재경원의 분위기가 강성쪽』이라고 밝히고 있어 50%로 결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주식시장 상황과 은행들의 11월말 가결산 결과를 고려, 「정치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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