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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지난 2003년은 수출과 내수간 양극화 현상이 매우 심했던 해였다. 지난해 3ㆍ4 분기까지의 경제성장률에서 수출이 기여한 비중이 130%인 데 비해 내수 부문, 즉 소비와 설비투자의 기여율은 마이너스 30%였다고 한다. 수출이 아니었으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9%에도 훨씬 못 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수출 부문 내에서도 불균형은 심하다. 조선ㆍ자동차ㆍ무선통신 등 5대 주력 수출품목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 전체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홍콩을 포함해 26%로 높아진 반면 중남미ㆍ아프리카 등에 대한 수출비중은 축소되고 있다. 불균형의 심화는 기업간에도 크다. 대표적인 대기업 몇 개가 수출을 비롯한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중국 등으로 떠나가기에 바쁘다. 고용 면에서는 어떠한가. 조선ㆍ자동차ㆍ반도체 등 업체들은 현장에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이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한숨을 짓는다. 또한 기업의 수익은 줄어드는데 노조의 요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가계에서 전체 국민소득은 증가하는데 신용불량자는 계속 늘어만 간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이러한 불균형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우리보다 훨씬 선진적인 나라에서도 겪고 있는 일이라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ㆍ사회에서의 불균형 정도가 조금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고심을 하고 여러 가지 시책들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불균형의 개선은 정부 정책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근로자ㆍ노조ㆍ기업가ㆍ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당장 자신의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마음가짐을 갖출 때 비로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동반자적인 관계를, 경영자와 노조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상생의 자세를, 청년실업자는 눈높이를 낮추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근로의 정신을 갖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면 이 사회에 불균형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각자가 각 분야에서 혼자만 승리자가 되겠다는 욕심을 줄이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사회윤리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신동규<한국수출입은행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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