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초 4연임에 성공한 하영구(사진) 한국씨티은행장은 시중은행에서는 전무후무한 '최장수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그 때문일까. 하 행장의 임기 만료(내년 3월)를 4개월 이상 앞둔 시점임에도 그의 5연임 여부에 금융계 전체가 초미의 관심을 보내고 있다. 벌써부터 갖가지 추측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을 정도다.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도 있지만 씨티그룹의 글로벌 역학구도를 살펴보면 하 행장의 5연임 여부를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는 있다.
10월 미국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비크람 판디트 회장이 갑자기 사임을 하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자연스레 하 행장에게 눈길이 쏠렸다. 미국 본사 수장의 급작스러운 교체가 하 행장의 5연임에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실제 판디트 전 회장 후임으로 씨티그룹 수장에 오른 인물은 씨티그룹 내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마이클 코뱃 회장. 그는 CEO 자리에 오르기 직전까지 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의 총괄 CEO를 역임하며 하 행장과 업무적으로 교류할 기회조차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씨티그룹 사정에 정통한 금융계 인사들은 하 행장의 5연임 여부와 관련해 스티븐 버드 씨티그룹 아시아ㆍ태평양 대표(CEO)를 주목한다. 하 행장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을 지닌 인물이 바로 버드 대표이기 때문이다.
버드 대표는 2009년 7월부터 아ㆍ태지역 총괄 CEO 자리에 오르며 하 행장과 오래도록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다. 2010년 하 행장의 4연임에도 힘을 실어준 인물이 바로 버드 대표다. 하 행장 역시 버드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하 행장은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 수술을 받은 직후에도 버드 대표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목발을 짚고 홍콩에 날아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씨티 안팎에서는 하 행장의 5연임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한국씨티 내부에 하 행장을 대체할 후계자가 아직까지는 부재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씨티의 한 관계자는 "내년 3월 하 행장이 5연임을 하거나 금융지주 회장직만 유지하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며 "방식의 차이일 뿐 하 행장이 내년 이후에도 한국씨티의 최고 사령탑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아주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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